10·16 재보궐 선거에서 텃밭을 지켜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정조준하며 “국민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꺼내 들고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다음 주 초 독대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정치권은 평가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구태정치를 쇄신하고 변화하라는 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 달리 이날은 공개 발언으로 요구사항을 밝혔다.
한 대표는 김 여사를 향해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은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기되는 의혹에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쇄신’을 11차례나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을 향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보선 결과는 대통령실이 아닌 민심만 바라보고 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 출발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용산은 직접 대응을 자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국민 뜻을 받아들여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선거 민의를 통해서 파악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만약 선거에 패배했으면 또 다른 비판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걸 봉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 대표한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권이 내홍을 쉽게 봉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독대가 성과 없이 끝나면 당정 갈등은 되레 심화할 우려도 크다. 한 친윤계 인사는 “여권 분열을 키운 책임이 한 대표에게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권 중진 의원은 “용산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는 당내 이견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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