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사법처리를 공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당정 관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검찰 기소 문제까지 거론한 건 명품가방 수수, 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더욱 악화된 민심이 김 여사의 사과나 제2부속실 설치 수준으로는 풀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질문에 “검찰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가 필요하다고 했던 전날 발언과 관련해서는 “당초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연이틀 수위 높은 입장을 밝힌 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보는 당내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미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무혐의 종결한 데 이어 도이치모터스 사건까지 불기소로 결론 낼 경우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 여론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여당 내에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도 부담 요인이다.
한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 반발에 대해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런 발언은 자칫 아슬아슬한 당정 관계를 더 꼬이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은 줄곧 ‘문재인정부에서 2년 간 탈탈 털었지만 기소하지 못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내에서도 한 대표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수사는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서 결론 내는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는 한 대표 발언은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사람의 발언으로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는 기소도 안 하고 뭉개다가 이제야 검찰에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놓으라는 건 유체이탈이자 양심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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