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음식 가격을 매장보다 더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율이 높아지면서 업주에게 남는 게 너무 적다는 것이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새어나온다. 소비자들은 양측의 갈등이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불안해 하고 있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모임(공사모)는 오는 22일 소속 자영업자들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탄 시위를 열고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공사모는 22일을 ‘배달 음식 가격 차등의 날’로 선언하고 추후 가격 차등 적용 캠페인을 벌인다.
배달 음식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음식을 팔아도 사실상 손에 쥐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사모는 배달앱을 3개 등급으로 나눠 가격 인상 폭을 정해주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최대 9.8%의 가격을 올려 받는 식이다. 배달의민족 ‘배민1플러스’와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는 9.8%, 요기요의 ‘라이트 요금제’ 기본 주문 중개 수수료는 9.7%다.
공사모는 배달앱 3사에선 가격 차등화를 실시하지만 배달 수수료가 저렴한 지역공공배달앱 등에선 일단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부 업주들은 이미 배달 음식 가격을 올려받고 있다. 배달앱에선 커피 가격을 매장가보다 500원 높여 등록하거나, 짜장면 가격을 1000원 인상한 경우도 있었다. 배민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같을 때 업주가 요청하면 ‘동일가 인증 배지’를 달아준다.
다만 자영업자들의 가격 이원화 움직임이 ‘제 발등 찍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1차적 책임은 약 1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한 배달 플랫폼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장 판매 가격과 플랫폼 판매 가격이 다르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공사모 내부에서도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경우 주문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업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고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국 배달 플랫폼들이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가져가고 있는 만큼 먼저 양보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사장님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자영업자 스스로를 위해서도 투쟁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잡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배달 플랫폼과 업주간 갈등이 배달 음식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장모(31)씨는 “결국 음식값에 배달비를 더 부담하는 것 아니냐”며 “음식의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르면 배달시킬 때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민은 배달비 무료 혜택이 있는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의 유료화 시기를 다음 달 11일로 연기했다. 별도의 배달원을 이용하는 식당이 배민클럽 무료배달 서비스 대상에 편입되는 시점을 고려해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