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년 4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이미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은 인하 폭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스텝’과 0.50% 포인트를 내리는 ‘빅컷’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7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0%)보다 낮았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로는 0.2% 오른 것으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해 시장 전망치와 같았다.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확인됐다. 미 노동부는 7월 PPI가 전월보다 0.1% 상승했다고 밝혔다. 6월(0.2%)보다 상승률이 줄었고 시장 전문가 전망치(0.2%)도 밑돌았다. 특히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서비스 물가가 전월보다 0.2% 하락한 것에 시장 참여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CPI와 PPI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시장 예상대로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됐다. 연준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5.25%에서 5.5%로 0.25% 포인트 인상한 뒤 1년 넘게 동결하고 있다.
관건은 인하 폭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7월 CPI 발표 직후 9월 빅컷 가능성을 41.5%, 베이비 스텝 가능성을 58.5%로 집계됐다. 전날 PPI 발표 이후 빅컷 기대감은 53%까지 치솟았지만 둔화한 CPI 지표가 발표된 이후 오히려 11.5%포인트 후퇴한 것이다. PPI만큼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식어가는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연준 내에서는 추가 지표를 봐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애틀랜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한 뒤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전까지 지표를 좀 더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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