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이후 4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이로써 일본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엔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올린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 금리가 0.3% 전후였던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책위원 9명 중 7명이 찬성했고 2명은 반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 인상률이 2%대로 지속적·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금리를 0.25%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에다 총재는 “현재 금리는 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 목표 2%가 안정적으로 실현된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금융 완화의 강도 조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하며 27개월 연속 2% 넘게 올랐다.
일본은행은 또 2025년 말까지 현재 매달 6조엔 정도인 국채 매입액을 3조엔 정도로 줄이기로 했다. 그전에도 분기별로 4000억엔 규모로 매입 규모를 감축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은행의 발표 이후 달러당 엔화는 152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 장중 162엔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주 만에 엔화 가치가 6% 넘게 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빠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자금 이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대규모 자금 이동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장 예상보다는 더딘 속도로 진행돼 엔화의 급격한 강세 흐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조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지연시킴으로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도 이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는 오후 3시2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8.80원 내린 1376.20원에서 거래됐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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