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체코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비 24조원 규모로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주는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를 꺾고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와 기업 민관 협력이 만들어낸 쾌거인데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고무적이다.
체코 정부가 17일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를 선정했다. 한수원은 세부 협상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 뒤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원자로 시공은 물론 설계·운전·정비 등 원전 전반을 관할한다.
2022년 3월 체코 원전 입찰이 시작될 때만 해도 세계 유수 사업자들끼리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수원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 정부 부처 및 지원 기관들이 모두 나서 전력을 다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체코 정부는 한국이 모든 면에서 경쟁자인 프랑스보다 나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단가와 계획 기간 내 원전을 완공하는 우수한 공기 관리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한 한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국들이 원전 건설 확대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원전 르네상스’라 불리는 상황이다. 영국 폴란드 루마니아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은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거나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서고 있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 K원전의 기술력이 세계 정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금융 지원은 물론 전방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내 원전 생태계가 복원돼 신규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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