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유도 방출 광선 증폭’의 영문 머릿글자를 모은 단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세운 이론적 기초 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더해져 1960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다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겐 광학, 양자이론 같은 레이저의 원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레이저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74년 레이저로 읽는 슈퍼마켓용 바코드 스캐너가 나왔고 78년에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 82년엔 레이저 프린터가 개발됐다. 야구장에서는 레이저 스피드건으로 투수가 던진 공의 속도를 재고, 말라리아 모기를 잡는 레이저 살충기까지 등장했다. 산업계에서는 절단, 용접, 열처리에 두루 쓰인다. 의료계에서도 제모와 여드름 치료부터 정교한 외과수술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그중에서도 군사용 레이저를 빼놓을 수 없다. 1898년 H.G. 웰스의 ‘우주전쟁’에 지구를 점령한 화성인들의 무기로 처음 등장한 이래 광선총은 SF소설과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품이 됐다.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페이저,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에 나오는 블래스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전에 배치된 건 최근이다. 개인용 화기로 작게 만들면 출력이 충분치 않고, 대형 발사체는 곡사가 불가능한데다 사정거리마저 짧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지금은 다르다. 미 해군은 2019년부터 적외선감지기 등 적의 광학장비를 무력화하는 레이저 무기 ‘오딘’을 구축함에 탑재했고, 육군은 2022년 적의 드론을 파괴하는 레이저포 ‘헬리오스’를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유효사거리 800m인 레이저 소총 ‘ZKZM-500’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도 최근 북한군 무인기를 잡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I’이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앞으로는 북한이 싸구려 드론으로 서울 상공을 헤집는 꼴을 안 볼 수 있을까.
고승욱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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