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열에 아홉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스템(기둥)이 나와 있으면 애플 에어팟, 동그란 기기만 있으면 삼성 갤럭시 버즈인 것이 쉽게 구분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무선 이어폰 제품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출시할 갤럭시 버즈가 에어팟 닮은꼴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삼성전자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하는 신제품 행사에는 갤럭시 버즈 신제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팟과 달리 스템(기둥)이 없었던 갤럭시 버즈는 에어팟과 비슷한 외관을 갖춰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출된 버즈3 신제품 이미지를 보면 에어팟처럼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통화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 교체라는 평가가 많다.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도 개선될 전망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이 향상된 버전으로 적용되고, 배터리 성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버즈3는 2021년 8월 이후 약 3년 만에 나오는 신제품이다. 버즈3 프로는 2022 년 8월 이후 2년 만에 나온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애플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의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은 24.4%로 압도적이다. 샤오미는 8.3%, 삼성전자 7.8%, 화웨이 5.1% 등이 뒤를 이었다.
샤오미와 화웨이 이어폰 디자인 역시 에어팟과 유사하다. 에어팟이 처음 출시됐던 2016년에는 ‘콩나물’이라며 조롱받았지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유사한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체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 6160만대에서 올해 1분기 6640만대로 8% 증가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 화웨이 등은 중저가 라인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샤오미의 1만원대 ‘레드미’ 이어폰은 가성비 제품으로 꼽히며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대비 올해 1분기 출하량이 61% 증가했고, 화웨이 역시 저가 제품을 출시해 출하량이 71% 급증했다. 3만원 안팎의 가격대로 인기를 끌고 있는 QCY 이어폰은 로고를 없애 저가 이미지를 최소화했다. 디자인은 대부분 에어팟과 유사하다. 30만원대인 에어팟 프로나 20만원대인 에어팟의 저가 모델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인 셈이다. 에어팟 디자인은 무선 이어폰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애플도 올해 하반기 에어팟 4세대를 출시할 전망이다. 2022년 9월 공개한 에어팟 프로 2세대 이후 2년여만이다. 에어팟 3세대는 그에 앞선 2021년 10월 출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애플이 에어팟 2세대와 3세대 판매를 중단하고, 4세대 일반 버전과 고급형 버전 2개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어팟 4세대의 디자인은 3세대와 에어팟 프로 디자인과 유사한 짧은 기둥 디자인을 적용할 전망이다. 일반 버전과 고급형 버전의 차이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 지원, 내장 스피커 탑재 여부다.
에어팟이 청력이나 체온 정보를 측정해 애플워치와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예측도 있다.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보다 정확한 체온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 중 음소거를 위한 버튼이 생기고, 에어팟 페어링 기능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수명도 기존 5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이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에어팟에 적외선(IR) 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만 TF 인터내셔널 증권의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궈밍치는 애플이 2026년까지 적외선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새 에어팟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팟용 카메라는 촬영이 아닌 인식(수신)을 위한 카메라로, 에어팟을 착용하고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에 맞게 들리는 음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허공에서 하는 몸짓을 인식할 수도 있게 된다. 궈밍치는 IR 카메라 부품을 폭스콘이 공급하게 될 것이며, 연간 약 1000만쌍의 에어팟을 생산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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