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CEO들은 1박 2일 동안 한곳에 모여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 집중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과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인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에 있는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성장 사업 투자와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등을 논의한다고 27일 밝혔다. SK그룹은 올해부터 회의 일정과 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회의가 하루로 끝났으나 이번에는 1박 2일로 기간을 늘렸다. 대부분이 CEO끼리 토론하는 일정이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경영 원칙과 방향성을 결정하면 사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는 식이다.
올해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약 30명이 참석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재원 논의 배경을 밝혔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연초부터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 강화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19곳에 달하는 SK그룹의 계열사 중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과 SK온 등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주요 논의 주제다. 현재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비롯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다음 주부터 계열사별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성원의 이탈 조짐도 읽힌다.
SK그룹 고유의 경영 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이야기도 오갈 전망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맞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SKMS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SK그룹의 경영 철학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최 회장은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 소식을 전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SNS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난 사진을 게재했다. 최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에 와서 IT ‘인싸(인사이더의 약자)’들과 매일 미팅하고 있다”며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심장 박동이 뛰는 이곳에 전례 없는 기회들이 눈에 보인다”고 적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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