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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이영철-장혜림 부부, “늘 춤 얘기, 자연스레 서로 영향”

발레 안무가 이영철-한국 창작춤 안무가 장혜림 부부가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6월과 7월 잇따라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제공

발레 안무가 이영철(46·국립발레단 지도위원)과 한국 창작춤 안무가 장혜림(38·나인티나인 아트컴퍼니 대표)은 부부다. 국내 무용계에서 안무가 부부는 적은 데다 발레와 한국무용으로 이뤄진 경우는 이영철-장혜림 부부가 유일하다. 두 사람이 올여름 비슷한 시기에 공연을 올리게 됐다. 이영철은 22~23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 오르는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시리즈 9’에서 신작 ‘공명’을 선보이고, 장혜림은 7월 11~13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의 ‘다른, 춤을 위해’에서 지난 4월 한국무용제전에서 초연해 최우수상을 받았던 ‘이야기의 탄생’을 공연한다. ‘공명’은 한국 전통악기인 징의 소리를 소재로 했고, ‘이야기의 탄생’은 춤과 노래를 통해 대자연의 어울림을 그렸다.

올 상반기 나란히 런던에서 공연 선보여 호평
지난 4월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드래프트 워크스 2024’에서 선보인 이영철 안무 ‘계절 ; 봄’의 한 장면. ⓒAndrej Uspenski

두 사람은 올 상반기 나란히 영국 런던에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영철은 지난 4월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드래프트 워크스 2024’에서 ‘계절 ; 봄’을 선보였다. ‘계절 ; 봄’은 가야금의 라이브 연주와 세 무용수의 섬세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2019년 KNB 무브번트 5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2015년 국립발레단이 단원들의 안무 능력을 발굴해 안무가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인터내셔널 트래프트 워크스는 로열발레단이 세계 유수 발레단의 재능있는 안무가를 초청해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으로 201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9개 발레단에서 참여한 10명의 안무자 가운데 비유럽권은 이영철이 유일했다.

장혜림이 지난 5월 주영한국문화원이 런던 현대무용 기관인 더 플레이스와 주최한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제(祭) Ⅱ’의 한 장면. ⓒ주영한국문화원

장혜림은 지난 5월 주영한국문화원이 런던의 권위 있는 현대무용 기관인 더 플레이스와 2018년부터 매년 공동 주최하는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돼 ‘제(祭) Ⅱ’를 선보였다. ‘제 Ⅱ’는 2019년 국립현대무용단과 스웨덴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안무 교류 프로젝트로 선보여 호평받았던 ‘제’를 같은 해 여성 무용수 2인무로 개작한 것이다. ‘제’ 시리즈는 한국의 전통춤인 승무의 장단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노동과 삶 속에 깃든 숭고한 가치를 성경 속 번제에 빗대어 전달한다. ‘제 II’에 대해 영국 리뷰 매체인 ‘그린룸 리뷰’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최면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이라며 별 5개를 줬다. 장혜림이 ‘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선보인 ‘제 ver.3 타오르는 삶’은 지난 2월 서울문화재단의 제2회 서울예술상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늘 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면서 “각자 작품에 대한 최초의 피드백을 줄 때 냉정하게 한다”며 입을 모았다.

이영철, 지도위원 겸하며 매년 안무작 선보여

이영철은 고교 시절 가수 백댄서로 활동하다가 세종대 무용과 입학 이후 발레로 전향했다.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지만 훌륭한 체격조건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 2002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2009년 수석 무용수가 된 그는 2021년 초 은퇴할 때까지 간판스타로 각광받았다. 은퇴 직후 자신의 발레 인생부터 발레리노의 일상, 예비 발레리노들이 궁금했던 정보를 담은 책 ‘발레리노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무용수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안무 작업에 좀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국 전통음악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영철은 “오래전부터 안무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예전 국립발레단에서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강수진 단장님 취임 후 KNB 무브먼트가 도입됐을 때 정말 기뻤다”면서 “2015년 1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참여하고 있다. 안무 데뷔작인 ‘빈집’을 비롯해 내 작품 대부분이 KNB 무브먼트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연간 3개월은 KNB 무브먼트에 발표할 신작 창작에 집중하느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웃었다.

이영철이 안무가로서 활동하면서 가장 영향을 받았다고 꼽은 인물은 바로 아내 장혜림이다. 두 사람은 국립발레단 출신 안무가 유회웅의 소개로 만나 2018년 결혼했으며 이듬해 딸을 낳았다. 이영철은 “KNB 무브먼트 3까지는 내가 오랫동안 배워온 발레의 전형적인 요소로 이뤄진 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다가 결혼 이후 KNB 무브먼트 4에 출품한 ‘오만과 편견’부터 형식과 내용에 변화가 좀 있었다. 예술가로서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를 담는가 하면 한국의 전통음악 등을 종종 활용하게 됐다”면서 “아내의 작업을 보며 작가 정신을 깊이 생각하게 된 덕분에 안무 스펙트럼도 넓어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장혜림, 한국 창작춤 대표 안무가로 급성장

이영철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장혜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국립무용단에서 2년 동안 인턴 단원으로 있으면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009년 ‘춤, 춘향’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립무용단 정단원 시험에 떨어진 그는 아쉬움을 털고 창작 작업에 나섰다. 2012년 7개월 과정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2014년 자신의 무용단인 나인티나인(99) 아트 컴퍼니를 창단하고 안무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혜림은 “안무가로서 춤이 어떤 쓰임까진 받지 않더라도 관객과 조금이나마 교감을 나눴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춤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품에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 무용단 단원들과도 이런 고민을 많이 나눈다”고 밝혔다.

안무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그는 2015년 평론가들이 뽑은 젊은 안무가들의 경연장인 ‘크리틱스초이스 댄스 페스티벌’에서 ‘숨그네’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수상자 초청 공연으로 ‘심연’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몇 년도 안 돼 ‘침묵’ ‘제’ 등을 발표하며 컨템포러리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급부상한 그는 스웨덴,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싱가포르 등에서도 초청 공연을 가졌다.

“서로에게 영향 주며 성장… 같은 무대도 서고파”

이영철은 “요즘 해외 페스티벌 등에서 아내에게 초청 연락이 자주 온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이에 장혜림은 “남편이 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나 역시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남편은 무용수로서 정점을 찍은 사람인 만큼 작업 과정을 보여주면 바로 무용수의 기량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그걸 토대로 무용수의 기량을 더 끌어올려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무용단을 이끌며 작업하다 보면 정신이 없을 때가 많은데, 남편은 내가 중심을 잡도록 바로 조언을 해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영철-장혜림 부부가 지난해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근대 춤 소재 리서치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선보인 ‘시공간의 융합 : 조택원 만종의 21세기 변주곡’의 한 장면. ⓒ서울세계무용축제-박상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와 무용기록역사학회가 공동으로 선보인 근대 춤 소재 리서치 퍼포먼스 ‘Reconnect History Ⅱ: 각선의 약동’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섰다. 이영철이 근대 안무가 조택원의 ‘만종’을 소재로 만든 ‘시공간의 융합 : 조택원 만종의 21세기 변주곡’에 장혜림이 함께 출연한 것이다. 이영철은 “내가 제안을 받은 뒤 아내에게 함께 하자고 했다. 같이 리서치를 한 뒤 무대에 함께 선 경험은 정말 좋았다”면서 “언젠가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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