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 ‘군사협력’은 동상이몽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한·미·일 맞서 연합훈련 가능성
대러 ‘검은 거래’ 명분 마련 분석도

입력 : 2024-06-20 00:14/수정 : 2024-06-20 00:1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뒤 “오늘 체결된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았을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러 관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이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두 사람은 ‘상호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정부가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에 경고했던 ‘레드라인’을 밟고 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쟁점은 ‘침략당할 시 상호 지원’이라는 표현을 북·러가 1961년 맺은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동맹조약)에서 규정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만을 기준으로 하면 양국이 일종의 전략 동맹 조약에 준한 것을 맺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애매한 표현이 있지만,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협력 강화 연장선상에서 북·러가 연합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일 공조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양국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라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조·소 동맹조약은 선제 공격 여부와 상관없이 전쟁 상황에 처할 경우를 군사개입 조건으로 규정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체없이 군사적 지원과 기타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협정과는 무게감이 엄연히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원이라는 표현은 우호적인 국가 간의 협력 관계에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말”이라며 “한·미·일 상호 조약처럼 당연 개입하는 군사동맹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에서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을 지원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협정 조항이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는 ‘검은 거래’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협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푸틴은 그렇게 안 하는 것 같다”며 “(협정을 대하는) 양국 간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압박을 받는 양국이 이번 협정으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회담의 효과로 북한은 ‘물밑에서’ 600㎜ 방사포, 화성-11형, KN-23, KN-24 등 무기를 추가로 판매했을 수 있다. 그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전수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군사협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러시아는 북한 군사정찰위성 시험발사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는 건넬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핵심 첨단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택현 정우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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