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센터도 “휴진 고려”… 동네병원 곳곳서 환자들 ‘발동동’

정부 “의협 휴진 종용 행위 엄정 대응”
국립암센터 병상 확대 가동 방침에
센터 전문의 비대위는 “강력 반대”

입력 : 2024-06-19 00:05/수정 : 2024-06-19 00:05

정부가 의사들 집단 휴진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18일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휴진율은 저조했지만 휴진 안내를 받지 못한 채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린 환자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가까스로 유지해 온 중증 환자 진료도 공백 사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구·강남구·관악구·종로구·영등포구 일대 동네병원 21곳 가운데 16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문이 닫히면서 휴진 안내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속출했다. 곳곳에서 시민들 원성이 쏟아졌다.

3살짜리 자녀를 유모차에 태워 소아과를 찾은 30대 여성 A씨는 굳게 닫힌 철문을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A씨는 “아이가 미열이 있어 인근 소아과 한 곳을 먼저 찾았는데 문을 닫았다”며 “여기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진료를 보는 병원이 있다고 들었다”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서울 서초구 한 소아과 정문에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루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영유아 검진을 위해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B씨는 “아내가 18일 오전 진료를 예약해서 방문했는데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오늘 휴진한다는 안내 문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비뇨의학과 의원을 찾은 박모(35)씨는 “대형병원만 휴진하는 줄 알았다. 항의하는 의미에서 쉰다는 건데 아픈 환자들만 고생”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휴진 이유에 대해 “국민과 의사 사이를 이간질해 진료 중인 개원 의사를 악마화한 정부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하루 휴진한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짬을 내 병원에 온 박씨는 급히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휴진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기관 수가 오후 4시 기준 5379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의료기관 3만6059곳 중 14.9%에 해당한다. 2020년 8월 14일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휴진에 나섰을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1차 휴진율(32.6%)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최종 휴진율은 지자체 현장점검 이후 변동될 수 있다. 의협은 자체 조사 결과 휴진율이 50%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16일 암환자를 포함한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 지원 없이 국립암센터 병상을 확대 가동하겠다는 (정부의) 탁상행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응답자 49.5%가 항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환자실·응급실을 제외한 전면 휴진을 고려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암 진료 협력병원에 업무를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콜센터를 통해 암 진료 협력병원 70곳에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협의 휴진 종용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의협은 표면적으로 “휴진에 불참하는 것도 존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네이버 플레이스’에 휴진 등록을 안내하는 등 사실상 휴진을 종용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겉으로는 자율참여라고 하면서, 불법 집단 진료거부를 종용하는 SNS 게시글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해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정헌 김용현 최원준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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