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탈(脫) 블라인드’ MZ직원들… 인트라넷으로 발걸음

게시판에 의견 즉각 피드백
건의사항 반영되는 경우↑
주가 떨어질까 우려도 작용


최근 기업 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직원들의 ‘탈(脫) 블라인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한 블라인드 대신 건의사항을 제안할 수 있는 사내 인트라넷이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쌍방향 소통으로 직접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과 블라인드에 공개된 회사의 부정적인 소식이 주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인트라넷 인기 비결로 꼽힌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 게시판 및 커뮤니티를 개설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인트라넷에 올라온 게시글은 인사팀이 확인 후 직접 피드백을 준다는 점에서 젊은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사내 익명 커뮤니티 ‘이노 보이스’를 개설했다. 1년 동안 직원들이 제안한 건의사항만 1500건에 달한다. 이 중 해당 부서가 검토하고 있는 70건을 제외하고 모든 제안이 해결됐다. 게시글에는 공감·비공감 버튼이 있어 사안의 경중 판단이 빠르게 이뤄진다. 건의사항에서 제도 마련까지 이어진 대표적 사례는 장애인 가족을 둔 직원의 의료비 지원 강화다. 장기간 소액으로 발생하는 특수 재활치료비를 회사가 지원하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사내 인트라넷 Tnet(티넷)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 건의 사항을 올리면 인사팀이 모든 게시글을 확인한다.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담당 부서로 해당 사안을 이관해 검토하게 한다. 타 부서 직원을 응원하는 글도 올라온다. 이달에는 지난 12일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통신 복구 업무를 맡은 동료를 격려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사내 인트라넷 NOW Talk(나우톡)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회사·업무·제품·서비스·취미·여행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직원들끼리 교류할 수 있다. 취미 외에 업무 능력과 관련한 내용도 다수 올라온다.

특히 외국어 학습이나 엑셀 활용법 등 회사 직무에 필요한 정보 공유 글이 많다. 자체 아이디어 플랫폼인 모자이크(MOSAIC)도 큰 인기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상호 발전을 목표로 창의적인 의견을 나눈다. 두 커뮤니티 모두 본인의 직군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의사항이 실제 사내 제도로 이어진다는 효능감은 인트라넷 인기의 주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주 이용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가득해 직원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차라리 회사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직접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인트라넷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정적인 소식이 보도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더 폐쇄적인 사내 인트라넷으로 몰리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