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대통령 거부권 봉쇄’ 몰아치는 野, 힘 못 쓰는 與

민주당 국회법 개정안 등 연속 발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윤웅 기자

‘몽골기병식 속도전’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손발을 묶는 내용의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자체 171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특검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고, 여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며 전방위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108석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양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2년 뒤 지방선거를 미리 염두에 두고 22대 국회 초반부터 여당을 코너에 몰아넣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당 입법 활동과 행정권을 모두 묶어놓고 독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갈 기회를 스스로 준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각종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의 벽에 막힌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잠자던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을 회심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채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개별 특검법안에는 거부권을 쓸 수 있지만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임명은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상설특검법 개정안은 현행 법안에 없던 특검후보추천위의 구성 기한을 신설하고, 추천 권한이 있는 국회 교섭단체가 기한 내 추천위원을 추천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추천위원 7명 중 4명을 국회가 정하는데, 여당이 ‘시간 끌기’에 나서면 특검후보추천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여당의 상임위원회 불참이나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지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법안도 여러 건 발의했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본회의·상임위 일정 거부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상임위 등에 불출석하면 그다음 달에 지급될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를 감액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황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임위에 불출석한 의원을 새로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여야 간사 간 개회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장에게 개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현행 2년으로 고정된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 임기를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로 수정하는 것이 골자다. 후반기 국회에서도 원 구성 협상이 공전할 경우 전반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입법부의 직무 공백을 없애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 입법 주도권을 내준 국민의힘이 우회로로 택하려는 ‘시행령 정치’를 봉쇄하는 법안도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기 전 국회 소관 상임위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해당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같은 당 김성환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야당이 탄핵소추안이나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국회법은 탄핵소추안(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토록 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자동 폐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법안은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고 이후 첫 본회의에서 자동 상정·표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민주당의 정부·여당 포위를 위해 촘촘한 입법을 준비한 데 비해 국민의힘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야 견제’ 법안을 내놓은 국민의힘 인사는 김희정 의원이 유일하다. 김 의원이 지난 5일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 대상 범위를 국가안보·외교·경제위기 관련 안건이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안건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견제와 균형의 의회민주주의를 확립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추경호(앞줄 오른쪽) 원내대표와 배준영(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웅 기자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등 현안 대응에 있어서도 여당의 반응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대남 오물 풍선으로 피해가 생겼을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비슷한 취지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 당론 추진을 결정했고, 이튿날인 5일 이만희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적 변수가 많아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된 법안에는 현실적으로 거부권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도 무한정 보이콧으로 버틸 수 없다는 공감대는 있다”며 “이대로면 여야가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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