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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폐교 활용 ‘임실 오궁리미술촌’ 결국 문 닫나

임실교육청, 붕괴위험 퇴촌 통보
작가들 “창작공간 상징” 대책 호소

1995년 전국 최초로 문닫은 학교를 이용해 예술인들 창작 공간으로 문을 연 오궁리미술촌의 최근 모습. 오궁리미술촌 제공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해 30년 가까이 예술인들의 꿈을 품어줬던 전북 임실 오궁리미술촌이 폐촌 위기를 맞았다. 건물들이 너무 낡고 붕괴 위험이 있어 교육청으로부터 “비워 달라”는 공문을 수차례 받았기 때문이다.

오궁리미술촌 등에 따르면 임실교육지원청은 임대 계약 해지를 알리고 퇴촌을 요구하는 공문을 최근 오궁리미술촌에 보냈다. 임실교육청은 “미술촌의 안전진단 결과 본관 건물은 D등급, 부속건물은 E등급을 받아 부득이 연장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실교육청은 1년 단위로 미술촌 임대 계약을 해 왔으나 2022년 12월 이후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미술촌은 38∼42년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10여년 전부터 건물 내에 비가 새고 지붕이 내려앉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가들에게는 손을 댈 권리가 없는 데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속수무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폐교에는 시설보수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신덕면에 위치한 오궁리미술촌은 1995년 8명의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회화와 조각, 사진, 도예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펴 온 곳이다. 작가들은 스튜디오와 체험교육의 장, 농어촌 활성화의 모태로 활용하며 임실 관광과 인구 유입 등에 도움을 줘 왔다.

특히 오궁리미술촌 개소를 계기로 전국에 산재된 폐교들이 예술인들의 공간으로 재변신했다. 2000년대 초반 9명의 작가와 가족 등 20명이 살기도 했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현재 작업 중인 작가는 4명뿐이다.

작가들은 폐교 활용과 창작 활동의 모범 사례라며 임실군과 전북교육청, 전북도 등에 미술촌 보존과 예술인 지원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범홍 오궁리미술촌장은 28일 “오궁리미술촌은 작가의 삶과 창작 의지를 품어 준 소중한 공간이자 폐교 활용의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라며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돕고 관광 임실을 유도하며 전국 대표 예술인들의 요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실=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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