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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혼선 때린 여당… 고개 숙인 대통령실

변곡점 맞은 수직적 당정관계

추경호 “설익은 정책 주저없이 비판”
용산 “국민께 혼란·불편 드려 사과”
尹, 참모진 질책… 당정 협의 강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정책으로 혼선을 빚은 정부를 향해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냈다. 여당의 유력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해당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통령실은 정책 혼선으로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철회 논란을 거론하며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추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4·10 총선 패배와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 이후 ‘수직적’ 당정 관계가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표 정견발표에서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당정 관계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해외 직구 제품으로부터 인체 위해를 차단하기 위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책발표 내용이 치밀하게 성안되지 못하고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나 여론 반향 등도 사전에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혼란과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는 민생정책 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의 작심 발언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 당권 주자들이 지난 18일 정부의 해외 직구 정책을 연이어 비판한 직후 나오면서 위력이 더욱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비판 목소리가 집약돼 나왔다”며 “집권여당이 정부 정책 문제를 당연히 지적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께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정책 혼선 사태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는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를 강조했다. 영남의 한 의원은 “추 원내대표 발언 이후 대통령실의 사과가 나왔다는 건 당정 관계 변화의 필요성을 양측이 모두 인식한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그게 당정 모두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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