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 연차까지 나왔지만… 갈 길 먼 유연근무제

근무 눈속임 등 일부 노사간 마찰


‘2시간 반반차’가 확산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연근무제의 허점을 노린 ‘속임수’를 두고 노사간 마찰이 발생하는 등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유연근무제는 직원이 근무 시간, 근무 환경 등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제도다.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등으로 나뉜다.


에코프로는 최근 시차출퇴근제와 ‘반반차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차출퇴근제는 주당 40시간의 기본 근무를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제도다. 에코프로는 기존 출근 시간인 오전 8시30분을 기준으로 2시간 안에서 정하도록 했다. 오전 6시30분에 출근하면 오후 3시30분에 퇴근하는 식이다.

반반차 휴가 제도는 기존 4시간이던 반차 휴가를 반으로 나눈 2시간짜리 휴가다. 이 제도는 롯데건설, 하이마트, 포스코 등이 이미 운영하고 있다. 법적으로 연차는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자와 근로자간 단체협약에 따라 시간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자율적인 근무시간 관리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방산 업체 LIG넥스원도 오전 7시에서 오전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시행 중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에서의 기업 역할을 강조하면서 출산·육아 맞춤형 유연근무제 도입도 늘고 있다. 포스코는 만8세 혹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2020년부터 운영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 대상으로 육아 일정에 맞춰 근무시간 및 장소를 자유롭게 정하는 ‘육아기 자율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한 종류인 주4일제도 확산하는 흐름이다. 포스코는 철강업계 최초로 지난 1월부터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매월 1회 금요일에 쉬도록 하는 ‘월중휴무’ 제도를 만들었다.

유연근무제의 빈틈을 노린 ‘꼼수’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근태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직원들을 징계했다. 이들은 승인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우스를 계속 움직인 것처럼 속였다. LIG넥스원이 도입하려고 했던 ‘이석 제도’ 역시 20분 이상 마우스 움직임이 없으면 시스템에 기록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PC로 일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면서 결국 도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낮은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49.3%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35.4%, 1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32.1%, 10인 미만 사업장은 18.1%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10분 단위로 연차를 쓸수 있는 등 기업에 비해 선진적인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는 일·생활 균형, 노동자의 웰빙, 성평등, 출산율 제고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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