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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디지털 전환 이끈 잡스, 애플 키운 쿡… 위대한 리더십의 조건

애플 잡스와 쿡의 상반된 리더십


잡스 ‘가슴 뛰는 비전’ 인류 삶 바꿔
쿡 ‘관리 경영’ 기업가치 10배 성장
한국에도 비전형 리더 활약하기를

기업 경영의 문외한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티브 잡스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그가 주도한 PC와 스마트폰 혁명은 인류 전체의 삶을 바꿔놓았다. 잡스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이나 마케팅, 재무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민자의 후손으로 입양아로 자라 대학을 못 다닌 잡스는 전문적 기술이나 경영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도 특별한 전문성이 없었다. 그런 잡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분야가 바로 비전이다. 잡스는 가슴 뛰는 비전을 중심으로 인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대체 불가능한 잡스의 비전형 리더십

약관의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1976년에는 컴퓨터가 드물었을 뿐 아니라 크고 비싸서 공공기관이나 대학, 대기업 등만 소유했으며 기계어로 작동했기 때문에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 잡스가 ‘누구나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어디나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어린이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최초의 본격적 PC인 애플1과 애플2 그리고 매킨토시를 연이어 출시했다. 애플 PC는 들고 다니기 쉽게 만들었고, 매킨토시부터는 어린이도 쓸 수 있게 텍스트 대신 그래픽 아이콘으로 작동하게 했다. 결국 2007년에 손바닥 안의 초소형 컴퓨터인 아이폰으로 자신의 비전을 30년 만에 완벽하게 달성해냈다.

비전형 리더십은 원대한 비전 수립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잡스는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비전 수립을 위한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직접 비전을 찾기 위해 무수한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잡스가 일찍 작고한 것도 비전을 위해 온몸을 던져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다른 분야는 다 위임할 수 있지만 비전만은 리더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잡스의 표현으로 ‘광적으로 위대한’ 비전이 제시되면 실행에는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톱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술로 잡스를 보완했던 스티브 워즈니악, 제품 디자인의 천재 조너선 아이브, 물류와 원가 관리의 달인 팀 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잡스를 중심으로 톱팀을 이루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잡스가 제시한 비전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했다.

‘잡스처럼 생각하기’로 불리는 네 가지 기준은 단순성, 완벽주의, 디테일, 품질이다. 잡스는 제품 단순성의 극대화를 위해 최소한의 필수 요소 외에 어떤 잉여도 허용치 않았다. 애플은 이를 피카소가 끝없는 단순화를 통해 사물을 선 몇 개로 표현한 것과 비교한다. 또 잡스는 완벽주의를 요구했는데 아이폰 개발 때 디자인 책임자 아이브가 가져온 시제품을 어항에 던지고 기포가 나오자 그것마저 없애서 빈 공간을 완전히 제거하라고 했다는 일화에 잘 나타난다. 또 애플 제품은 현미경으로 봐도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하며, 품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잡스 약점 보완한 팀 쿡의 관리형 리더십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왼쪽)은 비전형 리더의 전형이다. 비전 제시와 수립만은 리더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후계자 팀 쿡은 시장의 요구와 수익 창출에 전념하는 관리형 리더다. 국민일보DB

그러나 잡스는 약점투성이 리더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인관계가 서툴렀다. 애플의 협력업체 경영진이나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잡스와의 회의가 불쾌했다고 하며 애플 직원들도 잡스와의 접촉을 불편해했다. 더 심각한 약점은 원대한 비전에만 사로잡혀 경영의 필수 요소인 이윤이나 원가, 리스크 등의 관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비전을 추구하더라도 일상 관리가 약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비전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잡스의 이런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준 톱팀 멤버가 컴팩 출신의 물류와 재고관리 전문가 팀 쿡이다. 쿡의 탁월한 관리경영 덕분에 잡스는 자신이 서툰 일상 오퍼레이션 관리에서 벗어나 혁신적 신제품 개발에만 집중해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었다.

2011년에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 CEO가 된 쿡의 리더십은 전혀 달랐다. 비전에 집착했던 잡스와 달리 쿡은 시장의 요구에 민감했다. 작은 사이즈를 고집했던 잡스와 달리 쿡은 아이폰에 대형 화면을 도입했고 애플워치, 아이패드용 애플펜슬 등을 출시해 아이폰에 대한 이윤의존도를 줄였다. 리더십 스타일도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강렬한 카리스마로 청중을 전율과 열광으로 이끌었던 잡스와 달리 쿡은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드러운 소통 방식을 선호했다. 효율적 관리경영을 통해 쿡은 애플의 기업 가치를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두 유형의 리더십 간 균형을 찾아서

두 CEO의 리더십은 서로 장단점이 다르므로 균형이 필요한데 그 방법은 다양한 전문 분야와 스타일을 가진 경영진들로 구성된 상호보완적 톱팀이다. 그런데 톱팀 구성에서 관리나 디자인 전문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잡스처럼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비전형 리더는 극히 드물다. 비전형 리더의 임팩트는 대체 불가능하다. 쿡이 CEO가 되면서 모든 재무지표가 급성장했지만 애플을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업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더 이상 많지 않게 되었다. 쿡은 기존에 존재하던 가치를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부로 가져오는 방식의 성장에 주력하기 때문에 정리정돈을 잘하는 교통경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반면 잡스는 바보처럼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위대한 비전에 몰두한 결과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최근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잡스에 버금가는 비전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비전형 리더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에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급성장을 달성한 주축은 출중한 비전형 CEO들이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에 접근한 현재 우리 기업들에서 비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가슴 뛰는 꿈을 제시하고 어떤 역경에서도 기어코 달성해내고 마는 비전형 리더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린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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