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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주도자’로 나서는 일본의 이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미·일동맹은 한 차원 더 강화됐다. 미국은 일본을 ‘글로벌 파트너’로 인정하며 일본을 ‘국제질서 수호의 공동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국제질서 유지자’로서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에 적극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에 흔들림 없이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속내는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외교적 혼란을 줄이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의 관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협력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일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등장하면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와 외교에서는 ‘고립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미국 외교에서 고립주의 경향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피를 흘리며 다른 나라의 평화를 지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강하게 제기한다. 이런 미국 내 흐름을 의식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도 많은 방위 분담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 의회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할 것과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또한 중국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일본은 첫째 미·일 공동성명의 제목처럼 ‘글로벌 파트너’로서 군사적 역할 확대를 제도화하고자 했다.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통제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무기 장비를 공동 개발·생산하는 것에 처음으로 합의했다. 기존의 일본 방어 개념에서는 미군은 공격하는 ‘창’ 역할을 하고 일본 자위대는 방위만 하는 ‘방패’ 역할이었다. 앞으로 일본은 공격용 미사일인 토마호크 도입과 무기 생산체제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공격의 역할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중국에 대한 대결 자세를 한층 강화했다. 앞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 외교는 중국에 대한 대응에 맞춰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역할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일본은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에 참여하고 있다. 쿼드는 군사적 색채는 적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방어하기 위한 기본적 방어 틀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번에 일본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에도 참여함으로써 미·일을 중심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가 완성되고 있다. 일본이 첨단 군사기술 부분에서만 협력하더라도 대중국 견제용의 군사동맹 색채가 짙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트럼프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계산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당선에 대비한 선제 대응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선제외교 노력이 바라는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직감이나 자기주장에 매몰돼 예측이 어려운 ‘딜 외교(Deal Diplomacy)’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트럼프와 개인적 신뢰 관계를 쌓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망해 트럼프와는 통로가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미국에 보내 미래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가지는 미국 외교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도 국제관계에서는 마찬가지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 심화하는 현재의 국제관계에서는 한국의 선택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국제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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