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신학서적을 흥미롭게 읽으려면…

슬기로운 신학 독서
켄트 아일러스 지음/크리스 코엘 그림
정은찬 옮김/IVP

‘슬기로운 신학 독서’ 저자는 방대한 분량에 지레 포기하지 말고 신학 독서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사진은 벽돌책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신학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표지에 신학이란 단어가 큼지막하게 박힌 ‘벽돌책’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잖을 것이다. 하드커버로 제작된 방대한 분량의 신학책은 전공자가 아닌 독자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 개별 학문 전공서처럼 느껴져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미국 인디애나주 헌팅턴대 신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런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일선 교회에서 신학이 ‘건조한 지성주의’로 오해받는 동시에 성도에게 해로운 것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개탄한다. 이 편견에 맞서기 위해 저자는 신학 독서의 장점을 길게 나열한다.

“신학 독서는 하나님을 향한 시야를 넓히고 성경 읽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예수님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을 바라보게 한다. 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 사이에 분열이 아닌 생명을 낳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신학 독서가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건 신학이 하나님과 교회에만 초점을 맞추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학이 “진리 문제를 포함한 모든 것을 다룬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자신 안에 생명이 있는”(요 5:26) 절대자로 종교적 언어와 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물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님을 연구하는 신학은 역사적 순간마다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나치 정권에 대항한 독일 그리스도인은 1934년 ‘바르멘 선언’을 내고 정권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기독교인은 1982년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비판하는 ‘벨하 신앙고백서’를 작성했다.

신학책을 건축 공간으로 이해하며 ‘책에 머무는 독서’를 하길 권하는 게 이 책의 골자다. 이를 위해 제시하는 요령이 ‘책 뒤에 있는 세계’ ‘책의 세계’ ‘책 앞에 있는 세계’로 구성된 ‘3가지 세계 독서법’이다. 책 뒤에 있는 세계는 시대상과 영향받은 인물 등 신학자의 배경을 살피며 독서하는 것이다. 책의 세계는 내용 그 자체를 읽는 걸 말하며 책 앞에 있는 세계는 ‘독자의 수용(受容)’을 뜻한다.


이 조언대로 신학책에 머무는 독서를 시작하면 흥미와 함께 곧 위험이 뒤따른다. 해당 신학책을 쓴 신학자는 독자도 자신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행동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하기 위해 독서 전 ‘기도’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신학 독서 전 준비기도’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을 향하여, 진리를 향하여, 이웃을 향해 독서하게 해주십시오.”

신학책은 때론 “최선을 다해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불편함을 주는 신학책에도 열린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미국 백인인 저자는 흑인 신학자가 쓴 신학책 ‘십자가와 린치용 나무’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백인이 흑인을 집단 린치할 때 나무에 매달던 관습을 십자가 처형과 연결한 내용이 담겼다.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신학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제대로 된 대답을 신학이 내놓지 못한다고 느낄 때 독자들은 실망한다. 저자의 대안은 이것이다. “신학은 때론 침묵으로 들어가고, 침묵은 우리를 다시 예배의 자리로 이끈다.” ‘신학의 침묵’에 두려워하지 말고 이해하기 힘든 현 상황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답을 찾아가자는 의미다.

신학책을 다루지만 다양한 예화를 들며 독서법을 설명해 전공자가 아니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신학책을 읽기 힘들어 박사 과정 중 독서를 포기하려 했다는 저자의 일화는 나름의 위안을 준다. 전공자도 힘든 신학 독서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자. 인내하며 읽을수록 창조주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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