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객 누구든 하늘 표정 가장 잘 담은 교회서 함께 예배

[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12> 제주 방주교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제주 방주교회. 지붕은 무광 그레이, 유광 그레이, 다크 그레이의 징크 재료로 모자이크돼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을 담았다고 한다. 제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제주 방주교회(김평래 목사)는 제주의 관광 명소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건축한 아름다운 교회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만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에서 ‘제주 방주교회’를 검색해보면 대부분이 여행 관련이다.

방주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개방 안내’라는 메뉴가 눈에 띈다. 교회의 외부와 내부 개방 시간, 예배 시간이 공지돼 있다. “복음적 신앙고백과 은혜로운 예배가 있는 교회,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교회입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아오면 이런 문구까지 써 놨나 싶었다. 이곳은 그냥 관광지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교회에 가보니 방주교회는 예배 공동체로서의 정체성도 분명했다.

하늘의 교회

방주교회 입구에 있는 안내석이다. 왼편은 방주교회 예배당, 오른쪽은 카페다. 제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내비게이션을 따라 교회에 간 것은 지난 2일. 입구 오른쪽엔 방주교회라는 안내석이 있었다. 시선을 입구 안쪽, 교회 건물 방향으로 돌리자 100여m 앞에 물고기 비늘 같은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은 금속재료인 징크(아연)를 사용했어요. 소재는 같지만 무광 그레이, 유광 그레이, 다크 그레이로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을 표현했어요. 이타미 준은 방주교회 건축을 ‘하늘의 교회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어떻게 하면 하늘의 표정을 가장 잘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답니다.” 김평래 목사의 설명이다.

이타미 준은 그의 책 ‘손의 흔적’에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건물의 지붕이라기보다 상부의 조형이 하늘과 어떻게 조응할지가 건축적 주제였다. 이처럼 하늘과 일체화된 건축을 중요한 주제로 하는 건축을 시도했다.”

방주교회는 인공수조로 둘러싸여 있다. 제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건물 주변엔 인공수조가 있다. 이 수공간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노아의 방주가 떠 있는 바다, 세속과 성스러운 세계를 구분하는 상징, 또 책에서 거론한 것처럼 건축물과 하늘이 일체화되기 위한 장치다. 교회는 하늘과 물에 바친 하늘로 둘러싸여 하늘에 떠 있는 교회로 완성된다.

움직이는 건축물

가로로 길게 늘어선 교회 건물은 가운데를 기준으로 한쪽 지붕의 용마루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이는 정적인 건축물에 긴장감을 주면서 움직임을 부여한다. 올라간 방향은 바다 쪽. 교회는 주변의 인공 수조에 떠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이런 상상은 실내에서 두드러졌다. 예배당 벽면은 천정의 서까래를 연장해 나무 기둥을 세웠고 그 사이는 유리창으로 마감했다. 이 중 4곳엔 아래로 열리는 창문을 달았는데 이 창이 열리면 딱 배의 노가 꽂히는 자리다.

예배당 안의 모습. 목재를 이용해 간결하면서 소박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단상 앞쪽과 옆면에 허리 아래만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설치돼 있다. 제주=신석현 포토그래퍼

또 예배당 단상 뒤편 목재 벽면엔 십자가가 걸려 있고 허리 높이 아래는 유리로 마감했다. 유리를 통해 아래 수조 부분을 보라는 건축가의 의도인데 그곳엔 삼각형 돌판이 있고 이곳 중앙에서 흘러나온 물은 삼각형 모서리로 넘쳐 내린다. 이를 보고 있으면 건물이 앞으로 움직여 물을 밀고 가는 착시를 일으킨다. 바람 때문에 창밖 수조에 물살이 일면 착시현상은 더 선명해진다. 이타미 준의 이 작품은 외형보다 움직이지 않는 건물에 움직임을 부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예배당은 160석으로 2008년 12월 완공, 2009년 3월 16일 헌당했다. 건축주는 우진산전 김영창 회장이다. 우진산전은 철도차량 및 철도차량 부품, 산업용 기계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50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영락교회 성도로 젊어서 사업을 시작할 때 한경직 목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업 성공하면 하나님을 위해서 뭐라도 해라.”

이 말이 방주교회 건축의 씨앗이 됐다. 사업이 잘되던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한경직 목사의 말이 떠올랐고 교회를 짓기로 했다. 김 회장은 당시 제주를 자주 찾았고 교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비오토피아 타운하우스를 보고 이타미 준에게 교회 설계를 맡겼다. 비오토피아 타운하우스는 이타미 준의 대표 건축작품이다.

예술성과 영성의 합작품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기도하는 건축주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그러나 보니 예술성뿐만 아니라 영성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강조돼 있지만 교회는 주일에 1, 2, 3부 예배를 드린다. 수요 기도회도 진행된다.

등록 성도는 100여명. 인근에 장기 체류 중인 타지역민이 대부분이다. 어디에 있든 주일을 성수하겠다는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있는 이들이다. 예배 인원 90%를 차지하는 당일 순례객들은 예배가 시작되면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예배는 관광객이든 초신자든 독실한 기독교인이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예배가 없는 날에도 많은 이들이 방문해 묵상하고 기도한다. 예배당 안은 항상 고요하고 경건하다. 이날도 대여섯 명이 앉아 있어 예배당 곳곳을 둘러보는 데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방주교회 지하 1층에 있는 세미나실. 건강한 교회나 선교 단체에 개방하고 있다. 미리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다. 제주=신석현 포토그래퍼

목회를 위한 공간도 있다. 예배당 맞은 편엔 교역자실, 행정실이 있고 한 층 아래엔 세미나실, 식당이 있다. 세미나실은 사전 신청을 하면 건전한 교회, 단체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다. 노회 수련회, 성경 세미나, 한동대 건축학과 현상 수업 등이 진행됐다.

선교도 열심이다. 제주공항 인근의 노숙자 사역을 돕고, 제주 미자립교회 5곳의 운영비를 3년째 책임지고 있다. 선교사 자녀들 학비도 지원한다. 교회의 모토가 마태복음 5장 13~14절 ‘너희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라’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아름다워서 항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예수가 아니라 건물이 드러날까 봐 또는 건물만 드러날까 봐 항상 경계한다”고 했다. “우리의 영성과 복음의 열정이 전파되면서 건물도 아름답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잘못돼서 건물만 아름답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강조합니다. ‘여기는 순례자의 영혼의 안식처요 예배하는 곳이다.’ 건물이 아름다워서 사진 찍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여긴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예배드리는 곳입니다. 또 강조합니다. ‘우리는 세상, 특히 제주지역의 빛과 소금이다.’”


제주=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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