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찾아가 눈물의 예배… 목공 사역… 우는 자와 함께 운 10년

세월호 10주기…아픔 보듬은 교회

입력 : 2024-04-15 03:00/수정 : 2024-04-15 11:11
세월호 참사 유족과 시민으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지난 7일 안산 단원고가 올려다보이는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드린 세월호 10주기 기억예배에서 합창곡 '잊지 않을게'를 부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목공소에서 만든 나무 십자가 모습. 국민일보DB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 엄마 박은희(55)씨는 전도사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연구센터 일을 하던 중 1996년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교역학 석사과정(MDiv)을 이수했으나 목사 안수는 받지 않았고, 2005년부터 안산 화정감리교회(박인환 목사)에서 교육 전도사로 다음세대 신앙을 돌봐왔다. 박 전도사는 네 딸의 엄마다. 첫째와 둘째는 쌍둥이인데 둘째인 예은이는 이 교회 청소년부 회장이었다. 그러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다.

박 전도사는 “교역자 생활을 이어왔고 아이는 믿음 생활을 잘했는데 왜 이런 일이 있을까”하고 부끄러운 맘이 들었다고 했다. 주님을 믿으면 만사형통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나님이 아이들을 지켜주시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가족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기독교인 76가정 다수가 참사 이후 교회에 나가지 못했다. 박 전도사는 주일에도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서성이던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컨테이너 예배를 시작했다.

안산 화정감리교회를 필두로 이웃한 교회들이 함께했다. 2018년 합동분향소가 철거된 이후엔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의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일 오후 5시 예배를 드린다. 세월호가 정치쟁점화 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안산의 작은 교회들, 전국의 뜻 있는 교회들이 계속해서 가족들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리며 이제 10주기를 맞이했다. 박 전도사는 “부활절과 성탄절, 그리고 가족이 생각나는 명절 때는 더 많은 그리스도인이 함께 찾아와 주신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하나님이 아이들을 지켜주신다 이런 말은 잘 못 해요. 대신 아파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고 얘기해요. 주님을 믿어 형통하진 못했고, 또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시는 하나님은 아닌 걸 알게 됐지요. 하지만 정말 같이 탄식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것 같아요. 같이 울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같이 힘들어해 주고 하는 마음들을 느끼면서 그 사람들 안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는 거죠.”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10년 예배를 드려온 신학자 정경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14일 “세월호 가족들에게 교회가 상처를 준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곁에서 함께 예배드린 이들도 교회”라며 “유가족들이 굉장히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유하는 것이 신학이라고 할 때 세월호 가족들의 신학도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초기 다 함께 안타까워하고 아파했던 마음을 회복하며 진보 보수 이런 견해차를 떠나 함께 기억하고 지지와 연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배와 더불어 세월호 가족을 돌본 건 목공방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교단 차원에서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의 장비와 물품을 지원했다. 지난해 예장통합 용인 고기교회에서 정년 은퇴한 안홍택 목사는 매주 목요일 목공 사역에 더 집중하고 있다. 목수였던 예수님을 떠올리며 안 목사는 “밤에 잠들지 못하고 여기저기 아픈 세월호 가족들이 나무를 만지며 몰입하게 되면서 모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고 말할 때 기쁘다”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들은 나무 십자가와 기도대, 책장과 식탁 등을 제작해 포털사이트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확장할 계획이다. 박인환 목사는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목공을 하면서 병든 자, 소외된 자, 죄인들을 찾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배운다”고 말했다.

안산 전통시장을 방문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과 이영훈(오른쪽 세 번째) 목사. 국민일보DB

참사로 12명의 교인을 떠나보낸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는 심리상담을 연결해 유족을 위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14차례 안산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하며 지역경제 소생에 도움을 줬다. 허요환 목사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기억하고 마음의 상처 회복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임보혁 김동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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