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 가능성에 대해 “정치의 근본이 대화와 타협인데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며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내주 이번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수회담과 관련한 전향적인 입장 표명도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 총선 당선인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영수회담 제안이 오면 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국정을 책임지는 윤 대통령에게도 야당의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며 “국회가 국정의 한 축이고 삼권분립이 헌정 질서의 기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서로 타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2년간 대화와 협치, 상생이 실종된 정치로 많은 국민께서 실망하셨다”며 정부·여당이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선거 후 ‘앞으로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다고 들었다”며 “진심으로 환영하고, 꼭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해 문제를 키웠다”며 “저희도 (의료계와) 대화하겠다”고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로 인해 협치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요구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민주당과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한다”며 “영수회담이든 뭐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처를 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2년여 동안 안 만난 유일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특정 정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그쪽 노선을 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하고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은 KBS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과 관련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며 “국민이 야당에 많은 의석을 준 건 야당과 정부 사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된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이런 지적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약 3년간 국정과제와 주요 정책에서 성과를 내려면 192석을 등에 업은 범야권의 수장인 이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12석을 얻은 조국혁신당과의 관계에 대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개혁을 해 나가려면 한 석도 소홀히 하지 않고 협력해야 한다. 당연히 만나서 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가 시작하는대로 윤석열정부 견제에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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