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화적 힘 발휘하는 ‘교회 음악 이야기’

신을 위한 음악/요한 힌리히 클라우센 지음/홍은정 옮김/좋은씨앗

천사가 오르간을 치는 모습을 그린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휘호 판 데르 후스의 ‘삼위일체 제단화’ 일부. 위키피디아 제공

1980년대 이전 한국교회는 예배에서 드럼과 각종 전자악기 사용을 금기시했다. 음색이 시끄럽고 세속적이라 예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런 ‘예배 악기 논쟁’은 우리나라에만 있던 건 아니다. 3~4세기에도 같은 주제의 논쟁이 있었다. 4세기 교부 크리소스토무스는 예배에서의 기악 연주를 ‘악마의 오물’이라고 평했다.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클레멘스는 “피리와 현악기 등은 이교도의 광기에 빠지게 하니 성찬에서 이들 악기를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과 예술, 둘 가운데 교회 음악은 어떤 쪽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1세기 초대교회 이후 지금껏 계속되는 이 논쟁은 교회음악사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다. 독일 루터교 신학자이자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문화위원회 대표인 저자는 교회 음악을 ‘언제나 분쟁이 이는 영역’으로 지칭한다. 2000년이 넘는 교회 음악 역사 내내 이 주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아서다. 초대교회 교부는 예배 중 기악 연주뿐 아니라 성도의 가창도 막으려 했다. 363년 라오디게아 공의회는 ‘예배 중 성경 구절 낭송만 허용한다’고 선언했지만 새로운 찬송을 부르려는 회중의 열망을 막을 순 없었다.

서양 중세에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춘 회중 찬양이 교회로 돌아온 건 종교개혁 시기부터다. 중세엔 악기 반주 없이 성경 구절을 단선율(單旋律)로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유행했다. 찬양보다는 명상에 가까웠던 이 성가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쇠퇴기를 맞는다. 신앙 형성에 있어 음악의 힘을 알았던 루터는 민요를 차용한 찬송가인 ‘코랄(Choral)’을 마을 곳곳에서 부르며 민중에게 자신의 교리를 알렸다. 이른바 “음악을 이용한 게릴라전”이었다. 이때 루터가 지은 코랄인 ‘내 주는 강한 성이요’는 ‘종교개혁의 라 마르세예즈(대표곡)’로 통했다. 성직자뿐 아니라 모두가 부를 수 있는 코랄은 일반 대중의 환영을 받았다.

루터는 기악이나 다성음악(多聲音樂), 춤에도 개방적이었다. 그는 음악이 “하나님의 선물이자 악마를 물리치며 순수한 환희를 일으킨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타 종교개혁자는 음악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울리히 츠빙글리와 장 칼뱅이 대표적이다. 칼뱅은 “인간이 흥겹게 춤추고 인생을 즐기는 데 빠지면 안 된다”며 예배 때는 단선율의 시편 찬송만 허용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상화. 좋은씨앗 제공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교회 속 종교 음악을 시민 사회로 꺼내온 독보적 인물이다. 악보에 “경건한 음악엔 언제나 하나님이 당신의 은혜와 더불어 임재한다”고 적어넣던 바흐는 1년에 60여곡의 칸타타(바로크 시대 성악곡)를 작곡했다. 바흐의 칸타타는 “교회 음악을 설교와 성찬식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저자의 평이다. 바흐의 기념비적 작품인 ‘마태 수난곡’은 펠릭스 멘델스존 등 후대 음악가를 넘어 교회와는 거리가 먼 현대인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저자가 “모든 이에게 보편적 희망을 전하는 바흐를 ‘계몽주의 개신교의 사도’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바흐가 제자를 가르치는 모습을 그린 19세기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책에는 바흐 외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등 고전음악 작곡가와 가스펠 음악의 창시자 토머스 앤드루 도시 등 그간 교회 음악의 흐름을 바꾼 주인공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시스터 로제타 타프, 마할리아 잭슨 등을 필두로 한 미국의 가스펠 음악은 그간 남성으로 가득한 교회 음악에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해낸 데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도출한다.

미국 가스펠 가수 시스터 로제타 타프가 1938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 좋은씨앗 제공

서양 음악의 뿌리인 종교 음악의 변천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해 440쪽 분량의 두툼한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자신을 ‘넌스’(Nones·무종교인)로 밝히는 이들이 급격히 느는 서구 사회에서 “교회 음악의 존립 여부는 성경과 교회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힘에 달렸다”는 저자의 조언이 특기할 만하다. “성(聖)과 속(俗)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경계를 극복한 기독교 음악은 변함없이 중대한 종교·문화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교회 음악의 오랜 역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아니겠는가.”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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