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한파 덕? 정유업계와 원유운반선이 웃는다

정유사 1분기 정제마진 상승 전망
운반선 가격 2008년 이후 최고치


세계 각국의 탈석유 정책 추진으로 업황 전망이 어두웠던 정유와 원유운반선 시장에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에서 정유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고공행진으로 재고 손익이 개선되는 동시에 정유제품 공급은 제한되면서 정제마진(석유 제품과 원유의 가격차에 따른 이익)이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한파로 인한 북미 정제시설의 생산 차질, 전쟁에 따른 러시아 정유공장 파괴 등이 공급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제품 수요도 코로나19 종식 국면에 들어선 이후 회복세다.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정유제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률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휘발유 수요 전망치는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이 제한적인 가운데 수요는 안정적이라 높은 정제마진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갈등은 원유운반선 수요도 늘렸다. 홍해 사태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제재는 유럽의 원유 수입 경로를 바꿨다. 중동과 러시아 등 가까운 지역이 아닌 중국, 인도 등 비교적 먼 곳에서 원유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원유를 실은 선박의 이동 거리가 늘면서 운임이 상승했고, 선박의 추가 투입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운반선의 신조선가지수는 역대 최고치(2007년 237.59)에 근접한 215.71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다. HD현대미포는 최근 원유운반선의 일종인 MR탱커선을 1척당 5000만 달러 넘는 가격에 수주했다. 이 가격대 수주는 조선업 활황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정유·원유 운반선 업계 모두 장기적으로는 탈석유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유업계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소재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중이다. 조선업계는 연료 저감 장치, 선형 최적화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원유운반선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소, 암모니아 등 포스트 석유 시대의 친환경 연료 수송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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