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에 딩크 선언… “노후 생각하면 부부 살기도 버겁다”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2> 딩크족 부부의 생생한 목소리

자녀 출산과 양육에 따른 부담 대신 부부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딩크족’이 늘고 있다. 한 신혼부부가 스마트폰과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합계출산율 0.65명.’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 성적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합계출산율 1.0명 아래에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DINK·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비중’은 전체의 절반 가까운 46.4%(37만8000쌍)로 전년 대비 0.6% 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저출산이 딩크족 부부만의 책임일까.

국민일보는 최근 딩크족 부부 세 쌍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녀를 낳을 수 없고 낳기 싫은 이들의 고민에 일면 공감이 되면서도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엿볼 수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왜곡된 사교육 문화 등 딩크족 부부들의 생생한 목소리 속에서 저출산 극복의 좁은 길을 열 수 있는 실마리는 없을까. 국민일보 더미션은 딩크족 부부의 심층 인터뷰에 이어 전문가 조언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는 딩크족’ 선언한 예비부부

오는 11월 결혼하는 서원재(가명·29)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예비 신부와 서울 강동구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미 혼인신고도 마친 이들은 양가 어른과 지인에게 ‘딩크’를 선언했다. 합산 수입이 연 1억원이 넘지만 적지 않은 대출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5~6년 이후 경제적 안정기가 온다 하더라고 그때는 노산이 고민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리스크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자녀를 낳지 않기로 했다는 게 서씨의 설명이었다. 서씨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물론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로워진다면 아이를 낳을 계획도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는 ‘선택적 딩크’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미래보다 개인적으로 은퇴한 뒤 국민연금도 못 받을까봐 그게 더 큰 고민”이라면서 “하지만 국가의 출산율 때문에 출산과 양육 등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양가 부모님도 내심 손주를 바라시지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직접 말씀하시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출산을 가로막는 벽의 정체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민혁(가명·39)씨는 결혼 5년 차다. 택배기사인 그는 결혼 생활이 무척 행복하다고 소개했다. 퇴근하고 아내와 저녁을 먹을 때 큰 행복을 느낀다고도 했다.

김씨 부부가 딩크족의 길을 선택한 건 너무 일찍 자녀를 낳아 고생한 형 부부를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형과 형수가 자립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연달아 자녀를 낳은 뒤 서로 구직에 성공하면서 결국 어머니가 육아를 도맡아 하셨는데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면서 “이걸 보며 우리 부부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출산은 하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조카를 돌보고 계신다”고 전했다.

어려운 가정 경제 여건도 딩크족을 선택하게 된 큰 이유다. 김씨는 “아직 집도 없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없다면 낳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노후까지 생각하면 사실 우리 부부 살기도 버겁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문제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지 않는 걸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내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 사람들이 하는 조언은 부담스럽다”면서 “군 복무도 마쳤고 세금도 내고 있는데 이런 방법을 통해 국가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성 사교육’에 출산 엄두 못내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빛나(가명·43)씨는 2015년 결혼한 뒤 아직 자녀가 없다. 20대 중반부터 영·유아 사교육계에서 일했고 영어유치원 원장도 지냈다. 이런 경험이 딩크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씨는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서너 살 짜리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걸 너무 많이 봤다”면서 “이런 아이들이 촘촘하게 짜인 교육과정 속에 들어와 시달리는데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 현장에 있기는 해도 우리나라 육아 문화는 결국 지나친 편 가르기와 편견, 비교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녀를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끼리 ‘개근 거지’라는 말을 사용하고 어디에 사는지, 국제선은 몇 번 타 봤는지로 편 가르기를 하는데 이런 왜곡된 현실이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면서 “우리 아이가 자랄 문화라고 생각할 때마다 출산에서 멀어진다”고 잘라 말했다.

딩크족 부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건 정말 당연한 이치고 결혼도 점점 더 안 할 게 분명하다”면서 “취업도 힘든데 바늘 구멍을 통과하더라도 위로 올라갈 길이 없는 지금 20~30대가 너무 안쓰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도, 떨어지는 결혼 비율도 문제인데 ‘모태 솔로’마저 늘고 있다는 걸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면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꼬집었다.

장창일 양민경 박용미 김동규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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