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편법이란 무엇인가

Է:2024-04-01 04:10
ϱ
ũ

태원준 논설위원


편법은 합법과 불법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방법을 가리킨다. 법대로 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법을 어겼다 말하기도 어려운 변칙적 행위. 과거 외국어고 신입생 선발에서 수학시험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특목고가 취지와 달리 대학입시 교육에 몰두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외고마다 영어듣기시험에 수학문제를 출제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읽어주는 문제의 답을 찾으려면 수학 공식을 알아야 하는 ‘수학듣기시험’이 치러졌다. 전형적인 편법이었다. 규정을 따르지 않았지만, 대놓고 어기지도 않은.

편법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래선 안 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을 때 주로 등장한다. 쌍용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를 픽업트럭으로 출시했다. 통상적인 픽업보다 화물칸이 무척 좁아 SUV 승용차에 가까웠지만, 당시는 화물칸 유무만 따지고 크기 규정은 없던 때여서 화물차 세제혜택이 적용됐다. 규정의 빈틈을 파고든 ‘편법 트럭’은 절세 효과 덕에 꽤 잘 팔렸다. 이렇게 편법 논란이 일면 법의 허점을 메우는 조치가 뒤따르곤 했다. 픽업트럭 화물칸은 2㎡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고, 외고 입시제도는 다시 바뀌었다. 편법은 이런 것이다. 법의 빈틈을 파고들거나 우회하되 법이 바뀌기 전에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행위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강남 아파트 사려고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금 대출 받은 것을 “편법 대출”이라 주장했다. 불법이나 사기는 아니라는 건데, 편법의 뜻을 잘 몰랐던 듯하다. 대학생을 사업자로 둔갑시키고, 주택자금을 사업자금이라 허위 기재한 건 법규의 빈틈을 파고든 게 아니라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법망이 아닌 감시망을 우회했을 뿐이고, 그렇게 조언했다는 새마을금고 직원은 편법의 안내자가 아니라 불법의 공모자에 해당한다. 더구나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을 속인 것이니 사기의 요건인 기망 의사도 있어 보인다.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하려 ‘편법’이란 단어를 꺼낸 듯한데, 그건 이런 데 쓰는 말이 아니다.

태원준 논설위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