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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철도 포퓰리즘’… “지역구마다 GTX역 생길 판”

여야 후보들 장밋빛 교통공약 경쟁
재원 조달·사업성 등 현실성 떨어져
“선거 끝나면 공수표” 벌써부터 우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인근 담장에 후보자 선거벽보가 붙어 있다. 벽보는 선거 당일까지 부착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훼손·철거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경쟁적으로 철도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철도 포퓰리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후보들이 내놓는 가장 대표적인 공약은 철도 지하화다. 후보들은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지하철 조기 개통, 지하철·경전철·트램 노선의 유치·연장 등의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재원이나 사업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장밋빛’ 철도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가 끝나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의 공약대로 GTX역이 마구잡이로 들어설 경우 ‘광역급행’이 아니라 ‘광역완행’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0대 공약집에 교통 분야 공약을 포함시켰다. 국민의힘의 교통 공약을 구체적으로 보면 ‘경부선 철도 및 경인전철(인천역~구로역) 지하화’ 공약이 담겼다. 또 수도권 등 전국 주요권역에 GTX를 도입해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GTX-A·B·C 노선을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키로 했다.

민주당도 10대 공약집에 전국 철도·GTX·도시철도 도심구간을 예외없이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담았다. 민주당은 철도 상부 및 인접지역 개발이익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 등의 현실화 여부다. 중앙선관위에 올라온 국민의힘 공약집에는 철도 지하화 관련 재원 조달 방법으로 ‘철도 상부 민간개발로 개발이익을 활용해 사업비용을 충당하고, 필요시 설계비 등에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다’고만 적혔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재원이 뒷받침되느냐가 문제”라면서 “정부 재정으로 한계가 있으니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가정을 하는 건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공약의 전제조건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대부분의 역 주변은 오래전에 개발돼 낙후돼 있기 때문에 사업화가 가능한 구역이 매우 좁다”며 “그 정도로는 지하화 비용을 충분히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지하화한 철도의 경우 상부는 공원으로 쓰이고, 주변은 낙후된 공간으로 고스란히 남기도 했다.

여야 구분 없이 수도권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철도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가 서울 지하철 2·9호선을 계양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남동갑의 손범규 후보는 인천발 KTX 논현역의 신설 공약을, 남동을의 신재경 후보는 광역철도 제2경인선의 조기 건설과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서창~논현 구간 연장을 각각 공약했다.

민주당 후보들도 교통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대표는 작전·서운동 지하철역 신설을 공약했다. 인천 남동갑과 남동을에 각각 출마한 맹성규·이훈기 후보는 지난 25일 남동교통공약을 합동 발표했다. 두 후보는 제2경인선 광역철도 조기착공과 GTX-B 광역급행철도 조기착공, 경인선 지하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연장(서창·도림~논현 여장 및 인천대공원~안양) 등을 약속했다.

강 교수는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GTX역을 다 세우면 일반 지하철과 다를 게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택현 구자창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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