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10도 정도로 선선했지만 연신 땀이 흐르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골고다 언덕에 비할 바 아닌데도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다리는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졌다.
부활절을 앞둔 27일 예수님의 고난을 체험하려는 이들이 십자가를 지고 부활을 묵상하며 길을 걸었다. 문화선교단체 워십퍼스무브먼트(대표 주찬영 전도사)가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개최한 ‘크로스 로드’ 현장이다.
출발지는 언더우드 기념비가 있는 걸포중앙공원이었다. 걸포중앙공원은 언더우드 선교사가 1894년 김포 지역 최초 교회인 김포읍교회를 세웠던 곳이다. 40여명의 참가자는 십자가를 번갈아 메고 한강중앙공원 한강호수공원 등을 거쳐 목적지인 구래동 광장까지 약 10㎞ 거리를 걸었다. 십자가를 지지 않을 때도 찬송을 부르거나 조용히 묵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구간마다 ‘찬양의 길’ ‘은혜의 길’ ‘침묵의 길’ ‘연합의 길’로 명명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진 십자가는 2m 길이에 무게는 20㎏에 달했다.
십자가를 지고 10여분간 걸은 김희찬(20·서울신대)씨는 “처음엔 걸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깨가 뻐근하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수님께서 이보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그 언덕을 어떻게 오르셨나 싶다”며 “성경을 통해 읽고 상상만 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우리를 이만큼 사랑하셨고 이렇게 하나님께 순종하셨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인 박문수(77) 권사는 맨 뒤에서 행렬을 따라갔다. 다리가 불편해 일행과 멀리 뒤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3분의 1 지점까지 걸었다. 박 권사는 “조금만 더 건강했어도 십자가를 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며 “천천히 걸으면서 고통 속에 계셨던 예수님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났다. 앞으로 자녀와 이웃에게 본이 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워십퍼스무브먼트는 기독교인이 예수님 고난의 일부라도 경험해보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공유교회 플랫폼 어시스트미션(대표 김학범 목사)이 이들을 후원했다.
주찬영 대표는 “행사를 진행하며 행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했지만 기독교인이 신앙을 표현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걸었다”며 “이 행사가 일회성 퍼포먼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부활을 증언하는 삶을 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십퍼스무브먼트는 29일 구래역 인근에서 버스킹예배를 드리는 등 부활절을 맞아 십자가 은혜를 기억하는 사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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