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핀 꽃’ 박진섭(29·전북)이 인생 역전 드라마에 한 장면을 추가했다. 한때 실업팀에서 뛰던 무명 선수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마침내 감격스러운 데뷔골까지 터트렸다. 꼬박 7년이 걸렸다.
박진섭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태국과 4차전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3대 0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37분 좌측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더를 받자마자 즉시 반응해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강한 슈팅이 골대 빈구석에 꽂히는 순간, 박진섭은 두 손을 번쩍 든 채 주저앉아 크게 포효했다. 갈증을 털어내는 시원한 쐐기골이었다. 지난해 11월 남자 A대표팀에 발탁돼 6경기에 출전하긴 했지만, 제대로 뛰어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선 주로 경기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출전 기회가 극히 적었다.
7년 전만 해도 그에게 대표팀은 물론이고 프로 리그 무대조차 멀어 보였다. 프로팀과 계약을 맺지 못한 박진섭은 2017년 실업팀 대전 코레일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어렵사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출발은 더뎠지만 쭉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뛰어난 피지컬과 정확도 높은 패스를 무기로 빠르게 주전을 꿰찬 그는 이듬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하며 한 단계 도약을 이룬다. 2020년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쳐 2022년엔 ‘명가’ 전북 현대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1부 리그 진출도 성공했다. 2021시즌과 2022시즌엔 2연속 베스트11 미드필더로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태극마크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와일드카드로 나서면서 처음 달았다. 당시 황선홍 감독의 지휘 아래 금메달을 따낸 박진섭은 이번에도 공수 전반에서 좋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불안 요소였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맡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박진섭의 예상 밖 활약에 앞으로 대표팀이 활용할 수 있는 중원 조합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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