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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상생이란 이름의 국가 간 전쟁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 2024-03-28 04:02/수정 : 2024-03-28 13:34

미 정부,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이유로 애플 구글 반독점 제소

유럽 중국 등은 미 빅테크 기업
공습 막으며 공정한 거래 강조

우리 산업구조·경쟁력 고려해
규제 방향 정해야 하지만
‘소비자 편익 증진’은 필수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구글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불법적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엔진을 선탑재해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미 법무부가 애플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제품 가격을 부풀렸으며,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잠재적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석유, 철도 등 주요 산업에서 소수의 대자본가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결성했던 연합체에 의한 독과점 폐해를 최소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자 반독점법을 제정했다. 반독점법은 시장의 혁신을 견인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었다.

모순적이지만 최근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도 자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도, 구글도 1990년대 후반 글로벌 IT 시장을 지배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정부에 의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고 생겨난 공백을 메워가며 성장했다. MS에 대한 규제는 인터넷이 상용화되던 시점에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게임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선수를 교체하고자 했던 미국 정부의 포석일지 모른다. 최근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도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의 또 다른 게임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선수를 교체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최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유럽연합(EU) 역내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 역내 소비자들의 편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자국 플랫폼 사업자를 보호하고 정부 통제 아래 두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제품을 우대하는 행위와 문어발식 기업 합병 등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전체 글로벌 기업 매출의 30%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이뤄지리라 전망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산업의 경계, 기업의 개념, 비즈니스 관행까지도 바꾸어 가면서 시장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견인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향후 국가경제의 존망을 좌우할 것이다. 지엽적인 시장의 목소리만을 반영해 단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갈등을 해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각국은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또한 우리와 시장 상황도, 입법 목적도 다른 미국이나 EU의 관련 법안을 일부 수정해 도입할 것이 아니다. 우리 산업 구조와 경쟁력 등을 고려해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소비자의 관점을 배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타다 금지법’ 이후 플랫폼 관련 국내 입법 사례를 살펴보면 소비자 후생은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각국은 다른 속내를 가지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후생에 대해서는 공통으로 강경한 태도다.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다. 낮은 비용으로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려는 공급자의 욕구뿐만 아니라 하나의 접점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맞춤식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균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어쩌면 독점의 개념도 새로 정의해야 할지 모른다. 플랫폼은 참여자 수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효과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서너 개의 기업이 시장을 적절히 나누어 점유하는 전통적인 산업의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시장집중도를 규제하기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와 참여자 간의 불공정한 거래를 규제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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