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용하지 않은 군인 인건비 예산 규모가 최근 6년 사이 가장 많은 3099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업 군인인 장교와 부사관 충원이 예상을 크게 밑돌아 1900억원에 육박하는 인건비 불용을 초래했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 인건비 불용액은 3098억5000만원으로 2022년(668억4000만원)의 4.6배 수준이자 최근 6년 중 최대치였다. 해당 기간 두 번째로 불용 규모가 컸던 2018년도 불용액도 762억원으로 지난해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계급별로는 장교 477억4000만원, 부사관 1410억7000만원, 병사 1210억3000만원씩 각각 불용이 발생했다. 직업 군인인 장교·부사관 계급에서만 1888억1000만원이 쓰이지 않았다.
군인 인건비가 불용으로 남는 주된 원인은 저조한 충원율이다. 특히 부사관 계급은 최근 지속적인 충원율 부진에 시달려 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94.7%였던 부사관 모집 충원율은 2022년 86.0%까지 하락했다. 선발 인원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내리 모집 인원에 미달했다. 부사관에 대한 열악한 처우 탓에 지원자가 줄어 대규모 인건비 불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교도 지원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육군 학군장교(ROTC)를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중 절반인 54곳은 정원 미달 상태였다.
여기에 사병 입영률도 예상을 밑돌이 인건비 불용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병사 입영률은 계획 대비 87.5% 수준인 18만7200명이었다. 현역병 가용 자원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통계청은 입대 연령인 만 20세 남성 인구가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5년 사이 29.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규모 불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당장 군인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기는 어렵다. 국방부는 현재 50만명 규모의 상비 병력을 가정하고 인건비를 편성하고 있다. 편성 규모를 크게 줄이려면 상비 병력 감축 등 더 큰 차원의 국방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선은 초급 간부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워내기 위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은 결국 부사관들의 처우가 (병사보다) 덜 올랐다는 점”이라며 “부사관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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