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패혈증 예방법은?

[쿠키 건강] 매년 여름철 날씨가 더워지면서 비브리오 패혈증 사망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오염된 어패류 섭취나 피부상처의 해수 노출 후 빠르게 패혈증으로 진행돼 치사율이 50% 전후로 높은 질환이다.

하지만 비브리오 패혈증은 건강한 사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만성간질환자를 포함한 특정 위험군에 주로 국한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무가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은 위험요인과 예방법을 숙지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며, 비브리오 패혈증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찍 의심해 항생제 치료와 필요시 외과적 수술을 시작하는 것이 환자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패류 섭취, 상처의 해수 오염 주의해야

비브리오 패혈증은 그람음성간균인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Vibrio vulnificus)에 의한 급성 전신감염이다.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은 콜레라의 원인균인 비브리오 콜레라(V. cholerae), 비브리오 장염의 원인균인 장염비브리오 식중독균(V. parahemolyticus)과 같이 비브리오속(genus)에 포함되는 균종(species)의 하나이다.

염분이 있는 바닷물에 서식할 수 있는 호염성(halophilic) 세균으로 NaCl 1~3% 농도인 배지에서 잘 번식한다.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은 바닷물 온도가 18oC 이상 상승하게 되는 5월~10월 동안 서남해안 해수에서 분리된다.

따라서 V. vulnificus는 갯벌, 플랑크톤, 어류, 조개류에서도 흔히 분리되며, 이상의 이유로 인하여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에 어패류 섭취 또는 피부 상처의 해수 오염 후 발병하게 된다.

이와 관련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미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스웨덴 등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미국에서는 매년 인구 10만명 당 0.5명의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매년 40~80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사망률은 40~60%에 달할 정도로 식품 매개질환 중에서 가장 높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철 특히 8월, 9월에 전남, 경기, 부산 등 서남해안 지역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한다.

김우주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40대 이상의 남자에서 발생(남:녀=8~9:1)하는데, 이는 만성간질환 환자의 유병율과 관련이 있다”며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갖고 있던 기저질환으로는 간질환이 가장 흔하며, 그 외 만성 알콜중독증, 당뇨병, 만성신부전, 면역저하환자 등 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심되는 감염원은 대부분의 경우 연안에서 서식하는 어패류 생식이 대부분(70~80%)이며, 그 외에는 피부 상처에 해수 또는 갯벌 흙이 노출(약 10%), 그리고 어패류를 조리한 조리기구의 교차오염에 의한 간접적인 경구감염에 의한 것들이다.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 필요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에 감염되면 1~2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갑자기 시작된다. 건강한 사람에서는 구토, 복통, 설사 등 단순 위장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만성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표 1)에서는 균이 혈액내로 침투해 발열, 오한, 저혈압, 피부의 특징적인 수포 및 괴사 등 중증 패혈증의 경과를 나타낸다. 3/4의 환자에서 감염후 36시간 이내에 사지의 피부에 출혈성 대수포를 나타내며, 혈소판 감소증 및 범발성 혈관내 응고병증(DIC)을 동반한다. 패혈증으로 진행한 환자의 사망률은 40~60%에 이른다.

김우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 해안에서 피부에 생긴 창상으로 균이 침투한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되지 않고 피부 창상의 부종, 발적, 수포 및 궤양에 그치는 창상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 경우 대부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브리오 패혈증은 초기에 고위험 환자군에서 어패류 섭취(또는 해수 접촉) 후 1~3일 이내에 발열, 오한, 저혈압, 피부 수포 및 괴사 등이 발생한 경우 의심할 수 있는데, 효과적인 항생제 투여와 외과적 절제술 등 조기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 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군은 간질환 환자(간경화, 만성간염, 간암, 혈색소증), 알콜중독자, 만성 질환자(당뇨병, 폐결핵, 만성신부전, 만성골수염), 위절제술을 받은 사람,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중인 사람, 위장관 질환(무산증, 위궤양, 취염, 췌장염, 국한성장염, 허혈성장질환 등), 장기간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투여받는 사람, 재생불량성 빈혈, 악성종양, 백혈병 환자, 항암제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중인 사람, 면역결핍환자(AIDS나 백혈구 감소증 환자) 등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이 의심되면 항생제를 일찍 투여하는 것이 환자 생존 확률을 높인다. 쇼크를 동반한 패혈증 환자는 혈압상승제 투여 등 패혈증에 대한 집중 치료와 다발성 장기부전에 대응한 수액 보조요법이 시행된다. 위장관 출혈과 범발성혈관내응고증의 합병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여 대응 치료한다.

피부병변은 수포 및 괴사 조직이 있는 경우 조기에 절개, 배농, 제거 등 적극적인 외과적 처치를 시행한다. 광범위 외과적 괴사조직제거술은 병변 부위로 항생제 투과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 환자가 내원 48시간 이내에 사망하므로 수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하며, 필요시 근막절제술(fasciotomy) 또는 사지 절단술이 시행된다.

◇ 어패류 섭씨 56도 이상에 익혀 먹고, 상처 관리 잘 해야

비브리오 패혈증의 예방은 우선 일부 기저질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간질환, 당뇨, 알콜중독증, 암환자 등 고위험군은 여름철에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또는 해안가 해수에 맨발로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사람에서도 다리 피부의 상처를 통하여 해수의 비브리오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처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예방법은 위험 기간 동안 어패류를 56℃ 이상에서 익혀서 먹는 것이다.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은 열에 약하여 5분 이상 가열하면 대부분 균이 사멸하므로 안전하다.

김우주 교수는 “염소에 약하기 때문에 수돗물로 잘 씻어서 조리하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하며, 음식점에서 어패류를 조리할 때에는 도마나 식기를 끓는 물로 소독하는 등 위생적으로 취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도움말=김우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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