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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수기 역할만 하는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호화 외유

서울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 제공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상식을 벗어난 호화 외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씁쓸한 일이다. 국내 1위 담배업체 KT&G가 2012년부터 거의 매년 수천만원을 들여 사외이사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과 고급 호텔 지원에 별도 식대와 교통비 명목으로 하루 500달러(약 67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명목은 해외 연수나 시찰이라지만 대부분 일정은 관광이었다.

앞서 문제가 된 포스코홀딩스의 경우는 더 심하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 이사회를 열며 총 7억원에 가까운 경비를 썼다. 참석자 1인당 하루 평균 숙박비로 175만원, 미슐랭 식당과 최고급 와인 등 식대로 총 1억원을 지출했고, 전세기와 전세 헬기를 이용했다니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포스코 사외이사 7명은 진행 중인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차기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만큼 이들에 대한 로비가 이뤄진 것 아닌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KT&G 역시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대주주와 사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게 주된 임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서 이사회에서 주주를 위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제대로 못할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행사한 반대표는 0.4%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이사회가 경영진을 대변하는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독립된 목소리를 내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수·전직 관료·법조인 일색인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고, 선임부터 운영 과정까지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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