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패트리엇(PAC-3)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미 요격망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하면서 기습발사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이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면서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미사일의 고도와 사거리 등 제원과 구체적인 기동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IRBM의 사거리는 3000∼5500㎞다. 이에 따라 평양에서 약 1400㎞ 거리의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약 3500㎞ 떨어진 괌 미군 공군기지 등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 IRBM의 사거리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변칙기동 능력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은 50㎞쯤의 저고도에서 일반 미사일처럼 포물선을 그리다가 일정 경계선에 도달하면 탄두에 해당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가 분리된다. 보조날개가 달린 HGV는 도착지점에 이르러 마하 10에 가까운 속도로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요격 수단을 변칙·회피한다. 이 때문에 요격 속도가 마하 4~5수준인 패트리엇 등으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40㎞ 이상을 주로 방어하는 사드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
이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 엔진까지 탑재하면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극초음속미사일은 액체연료 기반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추격과 요격이 어려운 대신 발사징후를 파악해 원점을 타격할 수 있었다. 발사 직전 하루에서 이틀쯤 미사일을 노출시킨 채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틈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북한도 이 점을 의식해 액체연료를 담은 용기를 끼워 넣어 사용하는 ‘앰풀화’ 방식을 사용해 연료 주입 시간을 단축하려 애써왔다. 하지만 고체연료로 교체할 경우 미사일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은 채 기습발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을 상당히 진척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21년 9월 활공형 탄두를 탑재한 ‘화성-8형’을 발사했다. 2022년에는 기동에 더 유리한 ‘원뿔형 탄두’로 교체해 두 차례 더 시험발사했다. 이번이 네 번째 시험발사인 셈이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에서 가장 중요한 ‘유도’ 기능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를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올해 6월 안에 실질적으로 원하는 형태의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미사일 재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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