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면서 전통적인 업권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의 맞대결까지 연출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에서 AI 기술을 바탕으로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서비스를 먼저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에 앞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SK텔레콤은 14일 아이폰 통화 중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는 ‘에이닷 통역콜’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별도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거나 영상 통화 상의 툴을 이용해야 통역이 가능했지만 이번 서비스 출시로 전화 상에서도 실시간 통역이 가능해졌다.
SK텔레콤 아이폰 사용자라면 AI 비서 ‘에이닷’ 앱에서 통역콜을 이용할 수 있다. 에이닷 사용자가 전화를 걸 때 다이얼 하단의 통역콜 아이콘을 누르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 중 원하는 언어를 선택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통화 연결 시 수신자에게 ‘잠시만요, 지금부터 통역을 위해 통화 내용이 번역기로 전달됩니다’라는 안내가 전달된 뒤 실시간 통역이 이뤄진다.
가령 영어가 서툰 국내 이용자가 해외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호텔 객실 예약 담당자와 통화할 때 영어를 지원하는 통역콜을 이용해 한국어로 말하면 바로 AI가 영어로 통역해주는 식이다. 반대로 예약 담당자가 답변을 영어로 해도 이용자는 한국어로 답을 들을 수 있다. 한국어가 서툰 국내 거주 외국인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실시간 통역콜 서비스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다음 달 공개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갤럭시S24에 실시간 통역 통화 ‘AI 라이브 통역 콜’ 기능을 포함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기능의 서비스 출시 계획이 잡히며 두 기업 사이에 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서비스 공개 시점은 SK텔레콤이 앞서며 ‘국내 최초’ 실시간 통화 통역 서비스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 통역콜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온디바이스 AI 기반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이닷 통역콜과 달리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통화 내용이 클라우드 등 외부로 새지 않아 보안 측면에서도 안전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게 돼 비교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AI 서비스 개발이 기업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히면서 업권간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다.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모두 LLM을 출시했거나 내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지난 8월 자체 LLM ‘바르코’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한국형 LLM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AI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업계 내 경쟁이 아닌 업종간 대결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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