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의원이 11일 불출마를 시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자발적 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 의원이 앞장선 만큼 주류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나 불출마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의원은 여당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자기 희생을 하며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을 필두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쇄신의 물결이 잇달아 나온다면 현재 최악의 당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장 의원의 결심은 당 주류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 분위기를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압박은 타이밍이 빨랐고 방법도 거칠었지만, 이를 수용한 장 의원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이어지자 나온 고육지책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앞서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비주류의 공격에 대해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고위에서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경제를 살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기해산한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선 “혁신위는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짚고 제안해줬다”면서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3일 출범한 혁신위는 앞서 냈던 1~6호 혁신안을 최고위에 종합 보고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해 진행 중”이라며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이날 김 대표 거취 등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분위기였다. 3선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수직적 당청 관계로 우리 당을 좀비 정당으로 만들었고 수술하러 온 인요한 혁신위의 메스를 빼앗고 수술대에서 내쫓았다”고 직격했다. 5선 서병수 의원도 전날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며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친윤계 초선 의원 10여명은 의원 단체채팅방에서 하·서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 ‘엑스맨’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갈등이 감지됐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김병민 최고위원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놨다는 말인가”라며 맞불을 놨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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