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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털릴라”… 썰렁해진 스타 정치인 등용문

22대 총선 ‘인재 영입’ 본격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인재영입 전쟁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8일 여성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방송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한 구자룡 변호사 등을 영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인재위원장을 맡아 영입을 진두지휘하면서 이르면 다음 주 초 ‘영입 1호’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여야의 인재영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재영입이 총선의 메인 이벤트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새 얼굴’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참신한 인물로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고 중진의원으로 성장한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인재영입의 파급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숨어 있는 인재들을 정계에 유인할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어렵게 ‘깜짝 스타’를 발굴해도 ‘신상털기’ 등을 우려해 정계 입문을 포기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홍준표·이회창·정동영 등 역대급


여야 인재영입이 불을 뿜었던 총선은 1996년 4월 치러진 15대 총선이 꼽힌다. 당시 신한국당 총재를 겸했던 김영삼(YS) 대통령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파격적 인재영입에 나섰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검사 모델로 유명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때 국회에 입성했다. YS는 ‘대쪽 법관’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이회창 전 총리를 영입해 선대위원장에 세웠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도 YS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139석을 얻으며 제1당에 올랐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악재로 여당이 필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총선을 인재영입을 통해 뒤집은 것이다.

비록 의석수에서는 밀렸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었던 새정치국민회의의 인재영입도 성공적이었다. 앵커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대구 출신 여성판사’로 주목받았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대기업 이사였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이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는 당시 대통령이자 새천년민주당 총재였던 DJ가 ‘젊은 피 수혈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지금 민주당의 주류가 된 ‘86세대’ 운동권이 이때 대거 영입됐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우상호·이인영 의원이 제도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한나라당은 당시 변호사로, 지상파 인기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학력고사·사법시험 수석’으로 이름을 날린 변호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영입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여야를 이끌 인재들이 대거 영입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유승민·최경환 전 의원 등이 이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성호·윤호중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처음으로 당선됐다.

계파갈등으로 인재영입 소홀 비판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 학살 전쟁을 벌였다. 민주당도 친노(친노무현)계가 친문(친문재인)계로 분화되면서 ‘자기 세력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19대 총선 이후부터는 인물 개개인의 ‘스토리’가 강조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이 영입했던 필리핀계 한국인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은 ‘탈북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을 영입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표창원 전 의원과 여상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젠 정당이 정치인 양성해야”

역대 총선을 돌아보면 인재영입의 경로는 다양해졌지만 중량감 있는 인사의 영입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총선을 통해 거물급 ‘스타 정치인’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인재풀이 협소해졌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엔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정치권에 영입됐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상품성이 있으면서도 시대정신을 지닌 인재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사회 각계 인재들도 정치권 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영입 발표 뒤 며칠만 지나면 신상이 모두 털리는 마당에 누가 굳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겠느냐”고 강조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부 영입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보다는 각 정당이 젊은 인재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박성영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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