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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의 책임감… 지도자로도 국민께 기쁨 드릴 것

[스포츠인] 황선홍 U-23 축구 대표팀 감독

오랜 기간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뛴 황선홍 감독은 누구보다 태극마크의 책임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황 감독은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다. 부담도 있지만 책임감을 안고 가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윤웅 기자

“선수 때나 지금이나 ‘태극마크’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지도자로서 축구로 국민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목표도 변함이 없습니다. 파리올림픽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한 발씩 전진하겠습니다.”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사령탑 황선홍(55) 감독은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3연패를 이끈 뒤 “내일부터 다시 일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였다. 그는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행 목표 달성을 위해 대표팀을 재정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황 감독은 현역 시절 14년간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축구로 이렇게 큰 기쁨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늘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국가대표 지도자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황선홍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장면. 국민일보DB

황 감독은 “결국 책임감을 가져야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나 지도자나 마찬가지”라며 “최선을 다한 결과여야 박수도 위로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내년 초부터 재개될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대표팀 명단 구성이다. 황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이 꽤 많다. 이들을 어떻게 소집하고, 국내파 선수들은 어떻게 꾸릴지 그려보는 게 요즘 가장 큰 일”이라며 “조만간 각 소속팀과 차출 가능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국내외 여러 프로팀 사령탑을 거쳐 2021년 9월부터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경험한 프로팀과 연령별 대표팀은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1년 내내 함께 생활하는 프로팀과 달리 대표팀은 소집 때만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훈련 시간도 적다.

황 감독은 “프로팀은 내부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대표팀은 만들어진 선수를 얼마만큼 다듬어 적절히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각자의 개성이나 스타일이 달라서 선수들을 조화시키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U-23 대표팀은 어린 유망주가 많은 팀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국제무대를 경험한 뒤 소속팀에 돌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국가대표 지도자의 임무 중 하나다.

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볼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이나 속도가 눈에 보여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며 “평소 소통이 어려우니 지속적인 관찰과 관심으로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발전 솔루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A대표팀을 경험한 선수들도 있다. 황 감독은 “처음엔 시즌 성적이 중요한 프로팀처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선수들에 대한 예우나 존중도 필요하고, 각자의 개성을 살려줄 필요도 있다.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선홍호’는 파리올림픽 본선행의 관문 격인 내년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편성됐다. 예선부터 아시아 강팀들의 격돌하는 이른 바 ‘죽음의 조’다. 이 대회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안정적으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황 감독은 “조별 예선부터 통과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일본과 맞대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감독 부임 후 일본과의 2경기에서 1승 1패를 거뒀다. 쉽지 않은 상대인 만큼 우리가 준비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선을 통과하면 8강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토너먼트 단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조직력’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황 감독은 “장기전인 리그 경기는 개인 능력도 필요하지만, 단기전은 결국 공수에 걸쳐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때는 화려한 공격을 지향했지만 아시안컵에선 수비력을 키워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진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 성적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선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 자리도 마찬가지다.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황 감독은 “대표팀 선수나 감독이 관심의 대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많은 응원과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잘하면 기뻐하고, 못하면 슬퍼한다. 부담도 있지만 계속 책임감을 안고 가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노린다. 아시안게임에선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을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황 감독은 “깊이 들여다보면 아시아 축구가 예전과 달리 많이 성장했다. 그만큼 변수가 많아졌다”며 “축구에 당연한 승리는 없다. 절대 쉽게 얻어지는 결과는 없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황선홍호는 올림픽에 대비해 프랑스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프랑스 U-21 대표팀과 친선 평가전에서 3대 0 승리도 거뒀다. 이 얘기가 나오자 황 감독은 “너무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경기는 이기거나 질 수 있다. 하나의 대회가 끝나도 축구는 계속 이어진다”며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이 발전하려면 끝없이 경험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쌓여야 그걸 토대로 전술을 짜고 선수들을 설득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4년 만에 한 번씩 국제대회를 경험한다고 해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결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팀들과 꾸준히 부딪치면서 반성하고 보완해야 한 단계씩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였다. 황 감독은 “U-23 대표팀 선수들의 성장이 곧 A대표팀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며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꾸준한 경기 매칭과 지원 등을 반복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무엇인지 묻자 황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회 성격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정답은 늘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지도자가 축구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게 맞느냐는 생각을 문득 많이 하게 되네요.”

황선홍 감독은 파리올림픽 본선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윤웅 기자

황 감독은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파리올림픽 본선행에 힘차게 도전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결과가 안 좋았을 때의 비난과 비판은 지도자로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많은 분들의 열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성남=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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