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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닭 우는 밤에

요한복음 18장 12~27절


닭 우는 밤에 주님은 무장한 군인들과 공권력을 가진 적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주님은 왜 이렇게 공격을 받았던 것일까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아닌 주님의 제자들이었습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사랑하던 제자들은 주님을 배신하고 떠났습니다. 주님은 칼과 창을 들고 온 군사들보다 제자들의 배신이 더 마음 아팠습니다. 그날 밤은 유독 추웠습니다.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벌거벗겨진 채 매를 맞았습니다. 주님께서 받으셨을 육체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주님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따귀를 치며 주먹과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도 컸지만, 정신적인 모욕감은 더 힘들었습니다. 그날 밤 재판도 불법이었습니다. 재판권도 없는 안나스에게 세워지고, 한밤중에 재판이 이뤄졌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그 밤을 맞았습니다.

닭 우는 밤에 베드로는 멀찍이 주님을 따르며 대제사장의 뜰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주님과 거리를 둔 것은 단지 물리적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의 거리였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심정적으로 그만큼 주님과 멀어져 있었습니다. 마음의 거리는 주님을 부인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소자 하나의 질문인데도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맹세하며 부인하고, 나아가 저주하며 부인했습니다. 거대한 둑이 작은 바늘구멍으로 무너지듯이 베드로는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한때 베드로는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라고 맹세했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주님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고백은 거짓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주님을 철저히 배신했습니다. 그리고 닭이 울었습니다.

닭 우는 밤에 수난받는 주님과 배신하는 베드로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때 베드로를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주님의 눈빛은 원망이나 책망, 비난이나 저주의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사랑하는 눈빛이었고 동정과 연민의 눈빛이었습니다. ‘실패한 너 자신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말라’는 격려의 눈빛이었습니다. 일그러진 주님의 얼굴은 멍들고 피와 침으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난 널 사랑한다.’라는 주님의 시선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시선입니까.

베드로는 이 순간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네가 닭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통곡했습니다. 그것밖에 안 되는 자신이 서러웠습니다. 피범벅으로 일그러진 주님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날 사랑한다는 주님의 그 시선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닭 우는 밤에 제자는 배신하고 주님은 수난을 받습니다. 닭 우는 밤에 제자는 저주하고 주님은 사랑하십니다. 닭 우는 밤에 제자는 나 살자고 주님을 버리고 주님은 제자를 살리자고 당신을 죽입니다. 닭은 밤에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벽에 웁니다. 그러나 그날 밤 닭 울음소리는 주님의 예언 성취를 알리는 특별한 징조였습니다. 지금도 내 영혼 속에 닭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그 밤은 나의 죄인 된 실상을 보고 주님의 애절한 사랑을 보는 밤입니다. 그때 주님 안에서 새로운 나를 찾습니다.

유종필 목사(동산교회)

◇동산교회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으며, 유종필 목사는 미국 컨콜디아신학교(Concordia Theological Seminary)에서 학위(Ph.D.)를 받았습니다. 예장대신 총회 신학위원장 및 한남노회 노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샬롬나비 공동대표로도 사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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