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3분기 순이익이 급감했다. 올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의 계리적 가정(손해율, 해지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면서 상반기 ‘실적 착시’가 확인된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풀려졌던 몸값이 조정될 전망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KB손보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5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2.9% 급감했다. KB라이프생명도 당기순이익이 988억원에서 604억원으로 38.9% 줄었다. 신한라이프는 115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4.8% 감소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39억원 순손실을 냈다. 하나생명은 순이익이 39억원에 그쳐 전 분기 대비 74.4% 감소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3분기 순이익도 큰 폭 하락이 예상된다. SK증권은 삼성화재의 3분기 순이익이 421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각각 37.3%, 11.9% 줄어들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은 삼성화재 4813억원(-20.1%), DB손보 3520억원(-26.3%), 현대해상 2170억원(-11.3%) 등으로 전망했다.
이는 IFRS17 관련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3분기부터 반영된 영향이다. 올해 처음으로 IFRS17이 도입되면서 대부분 보험사의 상반기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계리적 가정 값을 자의적으로 설정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손보험 계약 갱신 시점에 보험료를 크게 올릴 것으로 예상해 향후 손해율이 하락한다고 가정하는 식이다. 이 경우 CSM은 늘어나게 된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등의 산출 기준을 제시해 CSM을 부풀리지 못하게 했다.
착시 현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거품’ 논란이 제기된 일부 보험사의 몸값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KDB생명, ABL생명 등이다.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손보사 인수를 희망하는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는 하나금융지주 등 지주사와 사모펀드가 보험사 매물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금융사는 없다. 실적 부풀리기 영향으로 매물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최근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나금융도 KDB생명 인수에서 발을 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가격은 재무제표를 토대로 산출되는데 상반기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며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반영된 내년 실적이 나와야 적정 가격이 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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