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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이·팔 지상전… 인도적 재앙에 무기력한 국제사회

가자지구 국경을 향해 전진하는 이스라엘군 탱크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지상전이 본격화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진입해 사흘째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움직임은 이 전쟁의 양상을 가늠케 한다.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의 북단(베이트하눈)과 남단(부레이즈)에 거점을 구축했고, 주민들에게 부레이즈 이남으로 피난토록 최후통첩을 했다. 하마스를 포위하고 고립시켜 서서히 말라죽게 하는 고사 전략을 택한 것이다. 동원되는 병력과 화력은 대규모 전면전보다 줄어들겠지만, 이는 장기전을 뜻한다. 길게는 1년까지 걸릴 거란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런 전쟁은 이미 한계상황에 놓인 230만명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재앙일 수밖에 없다. 절반 넘는 이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피난살이 중인데, 전면적인 봉쇄 조치로 물과 전기, 식량, 연료 등 필수 물자의 공급이 차단돼 치료도 연명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당장 먹고 마실 게 없어 유엔 구호품 보관소에 수천명이 난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벌써 8000명이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었다. 양측의 역대 무력충돌 중 가장 많다는 이 수치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막아내고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인도주의적 조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지만 분쟁을 제어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해야 할 국제사회 기능은 불행하게도 어느 때보다 쇠약해져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결의안 하나 제대로 통과되지 않고, 각종 국제기구는 빤히 보이는 참상 앞에서 손쓸 방도를 찾지 못하며, 주요 관련국들은 엇갈린 이해관계에 상반된 목소리를 낸다. 냉정한 국제무대의 현실이 더욱 냉혹해졌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앞날뿐 아니라 분쟁을 대하는 각국의 태도와 국제사회의 미래상도 달라질 수 있다. 최소한의 분쟁 통제력과 인도주의 프로세스의 강제력이 확립되도록 각국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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