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연기 문제를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인질을 포함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그에 따른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지상전 강행을 예고하며 가자지구 공습 확대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세인트 에드먼드 성당 미사 참석 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권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 ‘더 많은 인질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지상전을 미루길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그렇다(Yes)”고 답했다. 다만 벤 러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는 걸 보고 싶냐’로 들렸다”며 지상전 연기에 대한 답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20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 출석해 지상전으로 하마스를 파괴하고, 숨은 저항세력을 제거해 가자지구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등 3단계 계획을 제출했다.
이스라엘군은 22일 가자지구를 더 거세게 공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남부 칸 유니스에 공습이 가해져 11명이 숨졌다. 라파 통로 인근 국경도 폭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제닌에 있는 알안사르 이슬람 사원을 공습해 공격을 계획 중이던 하마스 대원 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에는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하마스 핵심 부대인 누크바 특공대원 2명을 사살하고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사용하는 터널 갱도와 무기 저장소, 지휘센터 등 수십곳을 공습했다.
외신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테러리스트 조직’ 동조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유포했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했다.
전쟁 발발 후 2주 만에 개방됐던 라파 통로로 22일 두 번째 구호품 반입이 이뤄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구호품을 실은 트럭 17대가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했다. 앞서 21일엔 트럭 20대분의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자가 이곳을 통해 가자지구로 전달됐다.
22일엔 연료를 실은 트럭도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들어갔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구호품이 매일 트럭 100대 정도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4651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약 40%는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140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은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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