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인하액의 60%밖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류세 인하가 정유사의 마진 확대로 이어진 정황도 나타났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드는 세수는 연말까지 약 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작된 2021년 11월 1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 인하액은 ℓ당 138.4원으로 같은 기간 평균 유류세 인하액인 224.5원의 61.6%에 그쳤다. 국민이 누린 인하 조치의 혜택이 정부가 깎아준 세금의 61.6% 수준에 그쳤다는 의미다.
경유는 평균 판매가 인하액이 ℓ당 102.0원으로 유류세 인하액(185.2원)의 55.1%에 불과했다. 이는 조치 시행 직전 23개월의 국제 석유제품가격과 주유소 판매가 변동 추이를 기준으로 인하 조치가 실제 소매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추산한 수치다.
정유사의 마진은 크게 늘었다. 조치 시행 전 정유사의 세전공급가에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뺀 휘발유의 마진 폭은 ℓ당 평균 88.5원이었다. 시행 후에는 95.1원으로 7.5% 늘었다. 같은 기간 경유의 마진도 103.9원에서 113.9원으로 9.6% 커졌다. 정유사의 실질적 생산원가인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마진 확대 추이는 더 두드러진다. 정유사 세전공급가에서 두바이유 가격을 뺀 ‘실질적 마진’은 조치 시행 이후 휘발유(130.4원→211.3원)와 경유(163.4원→369.8원)가 각각 62.0%, 126.3% 확대됐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등에 붙는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다. 한시 조치로 출발했지만 이미 지난 16일까지 6차례나 연장이 결정됐다. 다시 일몰이 돌아오는 올해 연말이면 총 시행 기간은 25개월이 넘는다. 최초에 20%였던 인하 폭은 올해 기준 휘발유 25%, 경유 37%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로 인한 조세지출이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말까지 약 14개월간의 조치 시행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약 9조원 줄었다고 추산했다. 올해 인하 폭과 상반기 석유 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연말까지의 유류세 감면 규모는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 의원은 “유류세 인하는 세수는 세수대로 포기하고, 이익은 정유사가 가로채 소비자의 혜택은 제한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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