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1년 만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으로 악화 일로를 걷던 미·중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은 다음 달 11~17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연계해 양자 회담을 준비 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곧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두 정상은 대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미 본토 상공을 비행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도록 명령하면서 악화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첨단기술 투자 제한도 영향을 끼쳤다.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미 고위급의 방중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몇 달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가 중국을 찾았다. 지난달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몰타에서 왕이 부장과 이틀간 회동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과 만남을 기대한다”며 직접 소통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에선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과도한 의존을 줄여 위험을 피하는 ‘디리스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양국 관계의 극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니 러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은 “두 정상 모두 상대에게 큰 양보를 할 의향은 없어 회담이 가져올 갈등 진정 효과는 전술적이고 일시적일 것”이라면서도 “그것조차 진전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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