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본문과 제목을 입력하면 설교문까지 작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과연 목회와 공존할 수 있을까.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희망터치: 챗GPT와 다음세대’를 주제로 열린 ‘2023 국민미션포럼’에서는 AI 기술과 목회의 미래지향적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국민일보(사장 변재운)와 사귐과섬김(공동대표 이규현 주승중 유관재 목사)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국민일보 더미션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전국에서 모인 목회자와 장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 시작된 이번 포럼은 뇌과학자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가 막을 올렸다. ‘챗GPT시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기조발제한 김 교수는 첨단기술 시대에 오히려 복음의 진수를 담은 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챗GPT를 기독교 변증을 위한 새로운 매체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복음이 양피지와 종이에 기록되고 인쇄기술 발전으로 성경의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것처럼 시대마다 복음을 담을 매체가 나온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챗GPT는 기독교 영성의 보조자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독교 사역과 열매를 기록한 뒤 제공할 수 있는 도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챗GPT가 답하지 못하는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인데 교회는 이에 대한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 이게 바로 영성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챗GPT가 활용될수록 인간의 소외감이 커지는 건 부작용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뇌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간 소외는 불안과 공격성을 유발해 사회 갈등을 부르고 인간이 AI와 경쟁하면서 인간중심 교육과 지식의 가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가 해답을 줘야 하는 지점도 여기서 찾았다. 그는 “기독교 영성의 핵심은 챗GPT에 질문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질문하고 성경과 삶 속에서 답을 얻는 것”이라면서 “교회는 이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과제를 제시했다.
소망교회 온라인사역실장 조성실 목사는 ‘챗GPT와 목회적 도전’을 주제로 발제했다. 조 목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이 성직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성직자에게는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 고도의 인간관계 능력과 섬세한 기술적 수행이 요구되는데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목회 비서’로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행정업무 자동화가 가장 높은 활용 영역”이라면서 “목회자의 업무 분배와 정신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관리, 소외된 사람에 대한 돌봄 역량 확대,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서의 활용 등 목회 비서로서 활용 가능한 영역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교회는 사회·정치·종교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목회자는 인공지능 발전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며 그 변화가 교회와 사회, 소외된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조발제 후에는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의 인도로 참석자들이 간절한 마음을 모아 기도회를 열었다. 오후에는 ‘챗GPT 시대, 다음세대를 향한 희망터치’를 주제로 발표와 패널토론,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앞서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예배에서 ‘이 시대의 희망’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참된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을 아는 지식 없이 참된 희망은 없다”며 “챗GPT 시대에 예수님을 바르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국민일보 더미션 연중기획 ‘다시, 희망의 교회로’에 소개됐던 23개 교회 중 3개 교회를 선정해 시상했다.
장창일 손동준 유경진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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