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 강해 걱정 제발 다치지 말길”

Է:2023-09-2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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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대표팀 주장 이미경 가족 인터뷰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 주장 이미경 선수의 가족들이 지난 25일 강원도 태백 이 선수 오빠 집에서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예선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회와 겹친 올 추석 연휴엔 한데 모인 가족과 함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환희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태백=윤웅 기자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회 일정과 겹친 올 추석 연휴. 국가대표 가족들의 명절은 여느 가정의 명절 풍경과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 차례상을 내다가도 경기 시간만 되면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중계를 틀고, 응원에 열을 올리다가도 아끼는 가족이 다치기라도 할까 마음을 졸인다. 여자핸드볼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렸던 지난 25일 강원도 태백에서 만난 대표팀 주장 이미경(32)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경의 아버지 이종기(60)씨, 오빠 이종열(33)씨, 남편 김성윤(32)씨, 조카 이서윤(5)양, 새언니 권은성(29)씨 등 다섯 가족에 이웃 사촌 한병찬(59)씨까지 총출동한 오빠 이씨의 자택에선 경기가 진행되는 70여분간 여러 차례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사실 명절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하는 건 국가대표에겐 흔한 일이다. 이미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 태백과 멀리 떨어진 전국 각지의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지내왔다. 명절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적은 손에 꼽는다. 오빠 이씨는 “차례는 보통 부산에 있는 큰 집에서 지내는데, 보통은 집에서 명절 음식을 해먹는다”며 “미경이가 집에 오면 음식 종류가 많아지기는 한다”고 입을 뗐다.

지난해 6월 결혼식을 올려 신혼집을 차린 후에도 다를 바 없었다. 명절 연휴 때 보통 리그 경기나 국제 대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 연휴 당일이 아닌 다른 때에 가족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편 김씨는 “이번이 함께 맞는 세 번째 명절이지만 매번 경기 일정과 맞물리는 바람에 늘 명절 전후로만 가족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본가를 방문하면 국가대표 몸보신 시킨다고 어머니께서 아내에게 줄 음식들을 많이 차리곤 한다”고 말했다.

생일 역시 잘 챙기지 못한다. 10월 2일생인 이미경은 이번 생일을 항저우에서 보낼 예정이다. 그날은 일정상 준결승을 하루 앞둔 때라 경기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 가족들은 생일을 직접 챙겨 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중이다. 아버지 이씨는 “일단 당일날 통화라도 해볼 생각”이라며 “결승까지 마치고 6일에 귀국하는데 그때라도 축하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 주장 이미경 선수가 지난달 21일 일본 히로시마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카자흐스탄과 3차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장인 이 선수는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우승을 염원하고 있다. 일본핸드볼협회 제공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하다가 코치의 권유로 핸드볼에 입문한 이미경은 실업팀 데뷔 후 지금까지 12년 동안 주전 자리를 놓쳐본 적 없는 한국 여자 핸드볼 간판이다. 2012 런던올림픽 때부터 스무살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승선해 수많은 국제 무대를 밟았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늘 에이스로 꼽혔던 그지만 아시안게임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을 맡았기에 어깨도 무겁다. 이미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며 “우승 후 태극기를 흔들면서 코트를 누비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여자핸드볼을 대표해 뛰고 있는 이미경이지만 집에서는 그저 하나뿐인 막내딸이다. 아버지 이씨는 “미경이가 어려서부터 핸드볼을 참 잘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실업팀 5곳에서 입단 제안이 와 한동안 지도자들의 설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미경은 오빠에게도 대견한 동생이다. 오빠 이씨는 “그래도 여동생인데 어릴 때부터 운동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잘 없었다”며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그걸 다 견뎌내 지금까지 왔다는 게 장하다”고 말했다.

이미경의 포지션인 센터백은 축구로 치면 공격형 미드필더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관여하고 결정적인 순간엔 득점도 책임져야 해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 상대팀에게도 경계대상 1호로 찍혀 전담 마크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8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도 일본 선수들의 집중 수비를 뚫어내야 했다. 가족들이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발목 부상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미경은 2년 전 경기를 뛰다가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겼다. 수술을 받았어야 했지만 중요한 시합이 연달아 잡혀있던 탓에 아직 수술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이미경이 넘어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는 아버지 이씨는 “무조건 다치지만 말고 오라고 했다”며 “워낙 승부욕이 세서 무리할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 주장 이미경 선수의 가족들이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렸던 25일 단체 응원을 위해 강원도 태백에 있는 오빠 이종열씨의 자택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 선수의 오빠 이종열씨, 아버지 이종기씨, 조카 이서윤양, 새언니 권은성씨, 남편 김성윤씨. 태백=최현규 기자

이날도 가족들은 경기 중 이미경이 골을 넣거나 스틸에 성공하면 환호하다가도 조금이라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 작전 타임 후 교체되었을 때는 경기장에 이미경의 등번호 23번이 있는지 한참을 살피더니 컨디션부터 걱정했다. 경기 중 그의 습관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빠 이씨는 “미경이는 처음 던진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가거나 상대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그날은 움직임이 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우려와는 달리 이날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2대 16 대승을 거뒀다. 이미경도 공수 전반에서 활약하며 3득점을 보탰다. 조카 이양은 후반전 경기 막판 고모가 벤치로 물러난 후에도 동료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부부젤라를 꺼내 불며 큰 소리로 응원했다.

여자핸드볼은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래 2010년 광저우 대회(동메달)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여자핸드볼은 이번에 정상에 서면 8회 우승 위업을 이룬다. 대표팀은 30일까지 조별예선을 치른 후 내달 5일에 열리는 결승까지 달려나간다.

태백=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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