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간 ‘위험한 거래’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공식 만찬에서도 “악의 결집을 벌하고 신성한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군과 국민이 분명히 위대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 ‘빅딜’에 합의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거대한 격랑 속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무기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과 포탄·대전차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받을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더욱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전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인가’라는 취지의 취재진 질문을 받고 “우리가 여기(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온 이유”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북한 지도자(김 위원장)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인다”면서 “그들(북한)은 자신들의 우주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 지지해 왔다”면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주강국의 심장과 같은 이곳에서 상봉 기회를 마련해주고, 우주강국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우주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군사기술 협력 문제에 대해 “러시아는 국제 의무를 준수한다”면서 “하지만 규정 내에서 협력할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극동 지역 정세와 양국 관계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서 “농업 분야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식 만찬에서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북한 지도자들의 길을 따르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북·러 정상은 양국 대표단이 참여한 확대회담과 통역만 배석한 채 진행된 일대일 단독회담, 그리고 공식 만찬까지 4시간에 걸친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크렘린궁은 또 “정상회담 뒤 공동선언문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중혁 정우진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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