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거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충격파를 던졌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대놓고 무시해도 유엔에서 퇴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막가파식’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 거부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까지 막 나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북한과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전면적인 대북제재 거부보다는 북·러가 유엔의 나진·하산 물류사업이나 철도를 이용한 물류사업 등에 공조하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것 아닐까 한다”고 예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의 대북제재 무력화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자기부정이 되는 것이고 제도적 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기 때문에 절대 스스로 내려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더라도 대놓고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북제재 문제를 꺼낸 것은 대북제재의 틀을 깨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도 유엔에서 퇴출당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유엔 등을 겨냥해 ‘치킨게임’이라는 강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YTN에 출연해 러시아와 관련해 “미국이 뭐라고 하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보리 제재 문제에서도 조금 완화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 차관은 “외교에서는 ‘프로파간다(선전)’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단에) 군부 인원을 다수 대동한 것을 고려할 때 북·러 간 무기거래, 기술이전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될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박준상 정우진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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