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해병대 前 수사단장 영장 기각… 무리한 수사에 제동 걸려

군사법원조차 ‘항명’ 수사에 의문
채 상병 사인 규명 변질돼선 안 돼
軍은 경찰 수사 지켜보는 게 합당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여름 민간인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한 달 보름 넘게 겉돌고 있다. 경찰 수사 착수는커녕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과 항명 논란으로 군내 힘겨루기만 부각되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을 죽음으로 몰아간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전의 책임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 해병대 내부 조사의 적절성을 놓고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배가 산으로 간 격이다. 군사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다.

중앙지역 군사법원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지난 1일 기각했다. 군사법원은 영장 기각의 사유로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원론적인 설명 외에도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군사법원조차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가 지나치지 않느냐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채 상병이 민간인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고 급류로 뛰어들었다가 숨진 것이 지난 7월 19일이다. 이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박 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가 박 대령이 사실상 거부하자 그를 보직해임했다.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생명과도 같은 군에서 상관 지시를 어긴 하급자에 대한 징계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령의 방송 출연과 그 발언까지 문제 삼아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과잉 수사다. 채 상병 사망 원인이 된 무리한 수색 작전의 책임을 누구한테 물릴 것인지는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수사단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의 결재를 거쳐 경찰에 이첩된 조사 결과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고 해서 박 대령을 애초 ‘집단항명의 수괴’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낙인찍은 게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해병대의 자체 조사와 경찰 이첩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면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 과정을 거쳐 걸러지고 판단될 여지가 많이 있다. 국방부와 군은 내부 갈등을 자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수사 절차 내에서 당부를 따지는 게 옳다. 채 상병의 유족은 물론이고 현역으로 복무 중인 50만 장병과 그들의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